2021. 4. 19. 07:00ㆍ일본사회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날을 세운 중국이 일본과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면 마셔보라는 내용의 말이 중국 외교부 측에서 나왔다.
앞서 아소 부총리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주장하면서 한 말을 맞받아친 것인데, 한국 매체에서도 보도가 되어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딱히 중국 정부가 아니더라도, 이 말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사의 헤드라인에서도 다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본 국내외로 정부의 방침이 달갑지 않은 것은 역시 오염수의 안전성 때문이다. 정부 측에서는 홍보 영상까지 만들어서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려고 하지만, 사람 마음이 쉽게 가라앉을 리는 없을 것이다. 오염수를 마셔봐라는 말은 이러한 불안감이 압축된 한 마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일본 정부 탓만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애시당초 처리수를 마셔도 된다는 말은 아소 부총리의 말에서 나왔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행적을 보여 왔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도, 같은 각료인 카토 관방상은 마시는 행위와 처리수의 안전성을 연관짓지 않으려고 했다. 아소 부총리도 한 차례 말을 바꾸기도 했으니, 결국 오염수의 안전성에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기 힘든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이 문제가 불거지게 한 아소 부총리와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싶겠지만, 한편으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 정부의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다가 흥미로운 코멘트를 발견했다. 어차피 아소 부총리가 직접 오염수를 마실지라도, 중국이나 한국에서 가짜라면서 비난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비난하는 측에서도, 오염수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할지언정, 오염수를 마시나 안 마시나에 초점을 두는 건 영양가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편 이 이후의 반박도 주시를 해야 하는데, 아소 부총리 측에서는 태평양은 중국의 하수도인가라며 맞받아쳤다. 중국이 버리는 중금속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 같으나, 중국의 옳지 않은 행위가 일본에 있어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런 식의 논의는 정말 코미디도 아니고, 코미디라고 하면 뇌절에 관객들이 다 떠나버릴 것이다. 상대의 허점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본질은 어느 순간 온데간데 없고 개싸움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월성 원전 등과 비교하여, 타국도 삼중수소를 방출한다는 식의 보도 또한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애초에 월성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만큼의 사고가 났던가. 다른 변수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측을 역으로 비난한 들, 일본 정부의 방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A는 나쁘다는 주장에 B는 옳은가 하는 반박. 한국 정치계에서도 심심찮게 선동전에 등장하는 논리인데, 찬반을 떠나 이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적인 이해 관계도 얽혀 있고, 그 사이에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등이 섞이면서, 일본 정부를 향한 비난이 이상한 방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종종 보이는데, 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짓들인지.
마냥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섣불리 손가락질한다고 애국자가 되는 것도 아니니, 자극적인 발언에 휘둘리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신중히 바라보아야 하지는 않을까.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화내거나 분노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