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어느 날, 잿빛 하늘 아래 우츠노미야(宇都宮),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 근처의 풍경들
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덮힌 우츠노미야(宇都宮市)의 하늘은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환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가지지는 못하였다. 여정의 끝이 아닌 출발에 있어서는, 언젠가 보았던 공활한 하늘을 떠올리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 의도된 해후에서 잘못을 따지고자 한다면, 발걸음마저 무거워질 것임을 모를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으니까. 역사 바깥에서 허락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다시 역사로 돌아간다면, 이 도시에 잠시동안이나 머무르는 의미가 더욱 흐려질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기념품을 둘러보면서, 우츠노미야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금 새겨 보아도 괜찮았겠지만, 그보다는 무거운 하늘도 짓누르지 못한 지상의 공기를 잠시동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역을 등지고 서..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