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어느 날, 잿빛 하늘 아래 우츠노미야(宇都宮),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 근처의 풍경들

2023. 4. 29. 00:00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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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덮힌 우츠노미야(宇都宮市)의 하늘은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환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가지지는 못하였다. 여정의 끝이 아닌 출발에 있어서는, 언젠가 보았던 공활한 하늘을 떠올리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 의도된 해후에서 잘못을 따지고자 한다면, 발걸음마저 무거워질 것임을 모를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으니까.


역사 바깥에서 허락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다시 역사로 돌아간다면, 이 도시에 잠시동안이나 머무르는 의미가 더욱 흐려질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기념품을 둘러보면서, 우츠노미야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금 새겨 보아도 괜찮았겠지만, 그보다는 무거운 하늘도 짓누르지 못한 지상의 공기를 잠시동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역을 등지고 서쪽을 바라본다. 시역을 남북으로 가르는 타가와(田川) 건너편까지 길게 뻗어 있는 오오도오리(大通り)는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와 시가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시가지는 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나, 우츠노미야는 역사적으로 타가와 서안(西岸) 일대가 중심지였고, 지금도 후타아라야마신사(二荒山神社)나 우츠노미야성터(宇都宮城址) 등 역사적 건축물부터 우츠노미야시청(宇都宮市役所)및 토치기현청(栃木県庁) 등 행정기관과 각종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토치기현(栃木県)의 명실상부한 중심 도시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시가지와 구분되는 역 주변의 특징은 역 동서로 들어서 있는 호텔이다. 역 서쪽에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치산 호텔이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리치먼드 호텔이 있다. 두 호텔 사이에는 고속버스 예약 센터가 있고, 치산 호텔 앞에는 승강장이 있다. 역에서는 가깝지만, 정류장에서 바라본 우츠노미야의 정경은 분명 역과는 다르다. 특히 처음 이 도시에 발을 내딛게 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그 단편적인 첫인상은 오래토록 이 도시가 가져다 주는 이미지에 고착된다.


하지만 우츠노미야를 찾는 이들이라면 그 누가 되었건, 교자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시즈오카현(静岡県)의 하마마츠시(浜松市)를 비롯, 교자로 유명한 지차체가 몇 군데 있으나, 관동지방에서의 우츠노미야의 입지는 아마 절대적이라고 보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 앞에 세워진 교자상(餃子像)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츠노미야시는 시의 이미지 구축에 교자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역 서편에는 이를 증명하듯이 교자집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가도록, 교자를 찾는 이들의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예상은 했었음에도, 역시 조금 일찍 길을 나서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점심시간이 다소 지난 시간임에도 사라지지 않는 행렬을 감내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남겨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생각은 아게교자를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식사 자체에는 큰 미련이 없었기에, 교자에 대한 미련이 클 리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도시에서의 식사는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허기를 달랠 요량으로 천천히 아게교자를 씹고 있으니, 조금의 안도감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도, 버스는 반복적으로 오가고 있었다. 순서를 지키며 차례로 버스에 올라타는 일상의 일부를, 공유하고도 싶었지만, 그조차도 욕심에 불과함은, 어린아이의 어설픈 반항과 같은 식사로 증명이 되었다.

 


다시금 비가 내릴 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난 뒤에도, 짙은 구름은 사명이라도 되는 듯 한동안 제 자리에 머물러 있을 터였다.


우츠노미야를 찾아온 이유는 단순했다. 앞으로는 몇 번을 찾게 되더라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말해 보고 싶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남은 것은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나날만큼. 하지만 그마저도 다시 찾을 날을 위해 묻어두기로 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잠시동안이나마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안아 주었으니까.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시 이 도시에 발을 내딛을 순간은 찾아 올 것이다. 그 때도 변함없이 나를 받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니까 분명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며, 다음 여정을 위해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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