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서부의 폐선터 탐사, 이츠카이치선의 구 이와이지선 터(旧国鉄五日市線 岩井支線跡)

2021. 12. 4. 19:00일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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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지마역(拝島駅)에서 분기되어, 도쿄 니시타마(西多摩)의 아키루노시(あきる野市) 서부까지 이어지는 JR동일본의 이츠카이치선(五日市線)은 무사시이츠카이치역(武蔵五日市駅)을 그 종점으로 하고 있다. 이츠카이치(五日市)에 이르러서 아키가와 방향으로 급히 휘어진 선형을 갖고 있는 무사시이츠카이치역을 포함한 최서단의 구간은 고가로 되어 있는데, 무사시이츠카이치역이 지상역이었던 시기, 이츠카이치선에는 별도의 지선이 존재했다.

 

이츠카이치에서 오구노무라의 이와이까지를 잇는 이와이지선(岩井支線)은 이츠카이치선의 전신인 이츠카이치철도(五日市鉄道)의 하이지마-이츠카이치 구간의 개업 직후 새로이 연장된 선로로, 이츠카이치선의 주된 정체성이기도 석회석의 운송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여객영업도 병행을 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희박한 입지에 여객열차는 일부만이 운행되었고 화물운송방식도 열차가 아닌 트럭운송으로 전환이 되면서, 80년대 초반에 폐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잔존하고 있는 이츠카이치선의 본선 구간과 다르게 JR동일본이 아닌 국철의 이와이 지선으로 반 세기가 넘는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선로는 무사시이츠카이치역에 이르기 전, 급히 선로가 휘는 부근에서 분기가 되었다. 지선이 분기하는 곳은 이 일대 지명을 따서 산나이신호취급소(三内信号扱所)로 하였는데, 엄밀하게는 무사시이츠카이치역 구내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이와이지선의 공식적인 분기역 또한 무사시이츠카이치역으로 되어 있다. 바로 이 곳에서 무사시이츠카이치역으로 향하는 여객열차와 이와이지선의 오오구노역 방향으로 향하는 화물열차가 분기되었다. 폐지 이전의 본선은 지금보다 이츠카이치 방향으로 더 휘어져 있었으며, 지금의 본선의 일부는 옛 이와이지선의 선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이와이지선은 다소 특이한 분기지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선내를 오가는 화물열차와 여객열차의 운행형태가 달랐다. 화물열차는 무사시이츠카이치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아와이지선과 본선상을 오갈 수 있었으나, 여객열차의 경우는 무사시이츠카이치역에 정차를 하여야 하였기에, 산나이신호취급소 인근에서 스위치백으로 방향을 바꾸어 운행을 하여야 했다.

 

 

산나이에서 분기된 이와이지선은 한동안 차도를 따라 이어져 있다. 여전히 옛 흔적을 남기고 있는 노반을 따라 가면 도중에 철도책 등 당시의 흔적을 다수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노반의 흔적은 얼마 가지 않아 끊어지는데, 무사시이츠카이치역에서 히노데마치를 거져 오우메시의 오우메역 인근까지 이어지는 도쿄도도31호선, 통칭 아키가와카이도(秋川街道)를 따라 이어지나, 차도와는 다소 떨어져 있을 뿐더러 노반 자리는 대부분 개발 등으로 그 흔적이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키루노시를 벗어날 때까지는 노반의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아키카와카이도를 따라 가면 히노데마치에 이르게 된다. 이와이지선은 이츠카이치에서 분기하였으나 일부 노선이 히노데에도 걸쳐 있었기에, 운행 당시에는 히노데선의 유일한 철도 노선이었으나, 이와이지선의 폐지 이후, 히노데마치 내에서 운행하는 철도 노선은 사라지게 되었다

 

 

한동안 아키카와카이도와 떨어져서 이어지던 이와이 지선은 오오구노(大久野)에 이르러 교차하여 히라이가와(平井川)의 상류방향으로 이어진다. 노선은 히노데정립 오오구노중학교의 부지를 지나, 황색 외벽의 중화요리집 뒤로 이어져 있었다. 이 구간도 대부분이 일반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노반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아키카와카이도와는 반대방향으로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가면 멀지 않은 곳에 주택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원이 모습을 보인다. 이와이지선의 중간역인 오오구노역(大久野駅)이 있었던 곳이지만, 옛 노반의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오오구노역 터를 지나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차도 옆에 산으로 나 있는 일이 갈라져 있다. 역시 이 곳에서도 철도가 놓였던 자리임을 증명하듯 철도책이 남아 있어, 선로의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데, 차도를 벗어나면, 당시의 노반 자리가 남아 있다.

 

 

포장도 되어 있지 않고, 잡초만이 무성한 노반 터는 북쪽으로 이어져, 현 태평양시멘트의 주차장에 이르게 되는데, 현 주차장 끝에, 이와이지선의 종점인 무사시이와이역(武蔵岩井駅) 터가 남아 있다. 무사시이와이역 터는 최근까지 옛 승강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주차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었던 탓인지, 지금은 철거되고, 옛 역터를 알리는 모뉴멘트와 안내판 정도가 남아 있다.

 

폐선 후 기능을 잃어버린 옛 선로의 흔적은, 그 어느 목적으로도 활용되지 않는 빈 자리에만 남아 있을 뿐, 사십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당 부분이 지워졌다. 노반 자리를 정비하거나 관련 유구를 보존하여 역사의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분명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이지선처럼 방치되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행이라면, 도시화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미친 도쿄 서부에서 비록 정비가 되지 않더라도, 한동안은 부분적으로 모습을 남기어, 옛 철도의 흔적을 전하게 될 것이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와이지선은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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