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5. 00:00ㆍ시즈오카 누마즈
가신엔 리바쥬(雅心苑 リヴァージュ)를 처음 찾은 날은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추적추적 떨어지다가 그치다를 반복하면서도, 이내 소나기처럼 세찬 비를 뿌리기도 했던,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매우 궂은 날씨였다. 누마즈를 여러 번 방문하였기에, 온갖 날씨를 경험해 보았으나, 이 날은 제법 혹독한 축에 속했다.
가신엔 리바쥬가 위치한 시모카누키(下香貫) 일대는 러브 라이브! 선샤인!! 관련 명소가 많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이 주택가로 이루어진 조용한 동네에서, 인근에는 연계할 만한 다른 성지들도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기에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오히려, 번화한 누마즈 역 인근에서는 느끼기 힘든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가 가신엔 리바쥬를 더 돋보이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누마즈 산책 스탬프랠리용 스탬프가 놓인 책상이 있었고, 그 주변을 온갖 팬아트와 포스터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옆에 마련된 소파에는 아쿠아 멤버들의 네소베리 인형이 바깥을 바라보듯이 놓여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평범한 매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는데, 옆의 벽에는 치카의 입간판을 비롯 일일이 셀 수가 없을 만큼의 아쿠아 관련 물품들이 벽면을 가득 체우고 있었다. 유독 치카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작중 치카와 연이 있어서는 아니고, 본래 가신엔 리바쥬에서는 누마즈에서 생산되는 감귤 품종 중의 하나인 쥬타로(寿太郎)를 사용한 과자를 다수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치카의 이미지 컬러와도 맞아 떨어지면서도, 귤이라고 하면 타 멤버보다도 가장 먼저 연상이 되는 치카를 매장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다양한 러브 라이브! 선샤인!! 굿즈는 매장 안쪽에 있는 좌석 공간에서도 볼 수 있었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한쪽 벽은 피규어와 타올, 그리고 팬들로부터 받았을 다양한 일러스트로 빈틈이 없을 만큼 체워져 있었으며, 역시 대부분을 치카 관련 굿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리바쥬를 나온 이후에도 날씨가 크게 바뀌어 있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았기에 그 짧은 시간 동안 날씨가 극적으로 바뀌기를 원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소원이었지만, 기약도 없이 기다리기에는 갈 길이 멀었다. 처음 본 매장의 분위기에 반해, 안에서 약간의 과자를 음미하면서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남은 여정을 뒤로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