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누마즈 시모카누키 가신엔 리바쥬(雅心苑 リヴァージュ) - 카키고오리와 함께 한 어느 여름날의 피서

2023. 10. 26. 00:00시즈오카 누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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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즈(沼津市) 시모카누키카키하라(下香貫柿原)의 갈림길, 멀리 가신엔 리바쥬(雅心苑 リヴァージュ)가 보였다. 가뉴도(我入道)에서 시모카누키(下香貫)를 향하여 걸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번 시모카누키 성지순례의  목적은 리바쥬 방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기는 하나, 구름 한 점 없다시피 한 맑은 날씨에, 작열하는 햇빛과 습하디 습해 온 몸에 달라붙는 듯한 공기를 피할 만한 곳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리바쥬를 향한 걸음은 더 빨라졌음 또한 부인할 수는 없었다.

 

 

가신엔 리바쥬 하면 주로 누마즈에서 생산되는 감귤 품종인 쥬타로(寿太郎)를 이용한 과자가 유명하기는 하나, 사실 과자를 먹을 생각은 크지 않았다. 모처럼 좋은 시기에 왔으니, 한정 메뉴를 주문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마저도 만만치가 않은 더위에 날아가버려서, 무엇을 골라야 할 지, 사 갈지 매장에서 먹고 갈 지조차도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매장에 가까워지면서 모습을 보인 깃발에, 모든 생각이 집중되었다. 카키고오리(かき氷). 더위를 식히기에는 가히 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정문 앞 흑판에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리바쥬의 메뉴에도 눈길이 가기는 했지만, 애초에 생각한 메뉴를 정한 이상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실로 오랫만의 방문이었다. 예전엔 차마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문 앞에 진열되어 있는 과자들을 사 가는 데서 그쳐야 했지만, 누마즈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집에서 여행의 여운을 음미하는 시간 또한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긴 시간동안, 가신엔 리바쥬에서 시간을 보내고픈 생각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이윽고 그 시간이 우연처럼 찾아온 것이었다.

 

 

카운터에서 카키고오리를 주문하고 뒤를 돌아보니, 시간이 지나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누마즈 산책 스탬프랠리용 스탬프와 포스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치카의 입간판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시기에 맞게 누마즈 여름 축제 포스터도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의 벽면은 예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바뀌어 있었다. 한 때, 매장 한켠을 가득 메우던 치카의 굿즈나 일러스트들도 대부분 정리가 되어, 몇 점의 팬아트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본래 이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가신엔 직원이 있었는데, 2023년 3월부로 을 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굿즈나 일러스트들이 정리가 된 탓인데, 그 소식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으나, 직접 달라진 가신엔 리바쥬의 모습을 마주하고 나니, 다소의 허전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창가에 위치한 소파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로, 가득 놓여 있던 네소베리 인형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이 곳을 찾았을 의 기억을 떠올리니, 마치 소파가 한 때 자리를 지켰던 네소베리 인형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쓸쓸함마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여전히 치카의 성지임을 나타내듯, 매장 곳곳에 그 흔적들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러브라이브 선샤인이 계속되는 한, 이 곳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꾸준히 아쿠아, 그리고 타카미 치카(高海千歌)와 관련된 메뉴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에, 다음에 이 곳을 찾았을 때도, 한동안 이 모습은 변함없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었고, 그 안도감이, 시모카누키를 들르게 되면 약속처럼 떠오를 것이었다.

 

 

자리에 앉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쥬타로 감귤 시럽이 올라간 카키고오리가 나왔다. 검 시럽이 같이 나왔긴 한데, 쥬타로 감귤의 맛만으로도 충분히 달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머리가 아릴 정도의 차가움과 함께 더욱 배가된 단맛을 즐겨도 괜찮을 것 같아, 미리 시럽을 한 바퀴 두른 다음에 조금씩 입으로 가져갔다.

 

 

카키고오리를 음미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에 시이타케 스탬프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문득 판매중이던 시이타케 케이크가 떠올랐다. 비주얼만으로도 예뻐서 한 번 쯤을 맛을 보고 싶던 케이크. 하지만 때는 늦었고, 이 날의 더위는 평소에 떠오르던 욕구들을 모두 덮어버리고, 오로지 카키고오리만을 생각할 만큼 심각했기에, 조금 괜찮은 컨디션으로 방문할 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카키고오리를 먹으면서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시모카누키에 언제쯤 다시 발걸음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고, 그 때도 리바쥬를 찾을 지 조차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이 일대에서는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러브라이브! 선샤인!! 과 발을 맞추어 나갈 것이니, 오히려, 다음에는 예정에 없던 방문이어도 조금 더 신선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다음 시모카누키를 찾았을 때는 리바쥬를 들르지 않고는 되려 후회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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