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4. 00:00ㆍ일본여행
시즈오카현(静岡県) 이즈노쿠니시(伊豆の国市)의 가장 유명한 문화재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 니라야마 반사로(韮山反射炉)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사로는 금속을 녹이는 설비로, 니라야마 반사로는 아편 전쟁으로 영국에 속절없이 무너진 청의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하여 대포를 제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이 된, 말하자면 무기 제조를 위해 세워진 반사로이다. 때문에 본래는 이즈 반도 남단의 시모다에 지어지던 것을 당시 페리 제독 휘하 수병들이 부지 내에 몰래 침입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사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반사로 축조를 주도한 에가와 히데타츠(江川英龍)가 부임한 니라야마 대관소(韮山代官所)가 막부의 직할령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관청이었기에, 니라야마 반사로는 막부의 직영으로 운영되었다. 비록 10년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그 명을 다하였지만, 이후로도 지속적인 보존이 이루어져, 일찍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고, 2015년에는 일본 국내에서는 유이하게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야마구치현(山口県) 하기시(萩市)의 하기 반사로(萩反射炉)와 함께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 철강, 조선 및 탄광(明治日本の産業革命遺産 製鉄・製鋼、造船、石炭産業)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되었다.
이러한 유서 깊은 문화재를 연선에 끼고 있는 이즈하코네철도(伊豆箱根鉄道)의 슨즈선(駿豆線)에서는 미시마역을 비롯한 곳곳에서 이를 홍보하고 있는데, 연선의 어느 역을 가 보아도, 이즈나가오카역처럼 홍보가 활성화된 역은 없을 것이다. 승강장과 역사 뿐만 아니라 역 광장의 한켠에도 큼지막하게 옥외 광고가 걸려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보면 , 니라야마 반사로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엄밀히 말하자면 이즈나가오카역이 아니라 니라야마역이다. 그럼에도 이즈나가오카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니라야마역보다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교통편이 탁월한 이즈나가오카역이 더욱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즈나가오카역은 니라야마역에서는 정차하지 않는 JR동일본(JR東日本)의 특급 오도리코(踊り子)의 정차역이기에, 시즈오카현 이외 지방에서의 접근성도 탁월하다. 이 때문에 니라야마 반사로 관광의 기점을 니라야마역이 아닌 이 곳으로 설정한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즈나가오카역에서 니라야마 반사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한 때는 두 지점을 왕복하는 니라야마 반사로 순환 버스(韮山反射炉循環バス), 일명 역사 버스 루라(歴バスのる~ら)가 300엔이라는 저렴한 운임으로 운행되고 있었으나, 이용객 수의 저조로 인하여 2023년 10월 1일부로 폐지되었다. 도보로도 충분히 다다를 수 있기는 하나, 이로 인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니라야마역이 접근성면에서의 우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일본 의 근대유산을 관광하기 전에, 경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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