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공원을 나와, 다시 마루야마공원역으로 내려갔다. 모이와야마에서 마루야마로 이어지는 삿포로 시가지 동쪽을 따라 관광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토자이선(東西線)을 타고 오오도리역(大通駅)에서 난보쿠선(南北線)으로 환승하여 삿포로역(札幌駅)으로 향했다. 수없이 개찰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 그들 중에는 그 순간이 평범한 일상의 일부인 이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언제 다시 경험할 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개찰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니까.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잠시 쇼핑을 하고 신치토세공항행 쾌속 에어포트(エアポート)의 티켓을 구입했다.
에어포트 탑승은 실로 오랫만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차량 또한 지난 날 탔을 때와 동일한 721계(JR北海道721系電車)였을 것이다. 다만 달라진 점도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차내방송으로 전하는 이랑카랍테(イランカラプテ)라는 인사말. 2020년 도입된 것으로 아이누의 땅이기도 한 홋카이도의 특징이 묻어난, JR홋카이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아이누어였다.
쾌속 에어포트는 시로이시역(白石駅)을 지나, 신삿포로역(新さっぽろ駅)에 이르렀다. 다음 역인 카미놋포로(上野幌駅)를 지나면 키타히로시마시로 들어서기 때문에, 정차역으로서는 삿포로시의 마지막 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이번 여행에서는 들를 일이 없었지만, 언젠가 한 번 내렸던 듯한 기억이 있다. 삿포로 시영 지하철 토자이선의 동측 종점이기도 한 신삿포로역. 주변에는 별다른 관광지가 없지만, 최근 들어 재개발 움직임도 활발하기에, 다시 삿포로를 찾게 되면 다시 한 번 승강장에 발을 내딛을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삿포로시를 떠날 무렵에서야 에어포트의 좌석에서 볼 수 있는 티켓 홀더에 티켓을 넣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경이 따뜻했던 차내와 대비를 이루었다.
그리고 열차는 미나미치토세역(南千歳駅)을 지나, 신치토세공항역(新千歳空港駅)까지 이어지는 치토세선의 짧은 지선으로 들어섰다. 미나미치토세역을 출발하자마자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객실 전면부에는 종점역이 표시되면서 단선으로 된 터널을 따라 지하구간에 접어든다. 미나미치토세역에서 신치토세공항역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3분, 창밖이 어두워지자, 공항에 왔음이 실감이 났다. 여행의 끝에서 으레 느끼게 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항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신치토세공항역을 나와, 승강장을 따라 공항청사의 지상층으로 올라갔다. 다시 신치토세공항에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폭설로 인하여 오도가도 못하고 몇 시간 동안 공항에서 발이 묶여야만 했던 여행 첫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쨌건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여행가방에는 여행 중에 구입한 기념품이 가득 들어찼고, 사진기의 메모리 카드에는 홋카이도의 다양한 풍경등을 기록한 사진이 남았지만, 한편으로는 가급적이면 겨울철 홋카이도 여행 시에는 폭설을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은 새벽 무렵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공항을 탈출한 이후로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홋카이도에서 실컷 눈구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변하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만은 절실히 피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체되는 제설 작업으로 인해 그 이후로도 JR홋카이도 관할 노선 중 일부 구간의 철도운행이 재개되지 않아, 노보리베츠로 향하는 길에는 힘겹게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고, 타키모토칸을 나와서도 결국 일정까지 바꾸면서까지 삿포로로 향해야만 하였으니, 가급적이면 마음 편히 철도를 이용하면서도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딩패스를 확인하고 나서는 탑승시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홋카이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로 공항 내의 스프 카레 전문점인 스프카레 라비 신치코세공항점(スープカレーlavi 新千歳空港店)에서 스프 카레를 먹었다. 홋카이도를 찾을 때마다 으레 스프 카레를 먹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스프 카레를 먹으리라는 생각은 막연히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여행 중에는 기회가 없다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야 맛을 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맛볼 수 있으면서 배도 든든히 체울 수 있었기에, 홋카이도에서 갖는 마지막 식사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후식으로는 르타오의 소프트크림을 맛보기로 했다. 다만 르타오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인지, 혹은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인지 제법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낙농업으로 유명한 홋카이도가 발상지인 르타오의 아이스크림이야 그 맛에 대한 설명은 불필요할 것이다. 진한 우유의 맛이 인상적이었다.
후식까지 먹고 나니 시간은 흘러 탑승시간이 가까워졌다. 탑승수속을 밟기 전 공항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홋카이도의 관문과 같은 신치토세 공항이기에, 언젠가 다시 홋카이도를 방문하게 되면, 결국에는 이 곳을 거쳐가야 할 것은 명백했다. 눈 앞에 삿포로 클래식(サッポロクラシック)의 광고가 보였다. 이번 여행에서 큰 인상을 남겼던 최고의 맥주. 일반적으로는 홋카이도 내에서만 판매되기는 하나, 종종 타 지역에서도 한정된 물량이 들어오기도 하니, 어디에 있건 삿포로 클래식을 마시게 된다면,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떠올릴 것 같았다.
비행기는 밤하늘을 날아 나리타 공항에 내렸다. 기내에서 눈을 붙이지도 못했고, 편안하게 앉아 있지도 못하였으며, 늦은 시간이었기에, 제법 노독이 쌓인 듯 몸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날이 밝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홋카이도에서 만든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홋카이도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날이 돌아오리라는 생각을 하니, 그 날이 오기까지는 생업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짧고도 길었던 홋카이도 여행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