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6. 00:00ㆍ시즈오카 누마즈
드넓은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의 부지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오니, 제법 많은 것을 돌아본 것 같았다. 메인 시설은 대부분 돌아보았으니, 이제는 관람의 마무리를 지어야 할 차례였다. 메인 디쉬를 먹은 뒤에 나오는 디저트와 같은 느낌으로. 2층으로 올라오니, 처음 입장할 때 보였던 Aqours의 패널이 통로를 따라 전시되어 있었다. 동일한 코이아쿠 의상이라고는 하여도, 1층에서 본 스쿠페스 디자인의 포스터와는 다른 싱글 엘범 디자인의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하단의 러브라이브 선샤인 로고와 함께 있는 SEGA의 로고는 다소 이질적이기는 하나, 콜라보 카페 때 쓰던 패널이라고 하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치카의 옆에 그 사연이 간단하게나마 나와 있는데, 콜라보 카페 개최 당시, 마스코트인 우칫치(うちっちー)를 카페 내에서 볼 수 있던 적도 있었는데, 다만 콜라보 카페 개최 시점이 2016년도이니, 그 당시의 패널이 지금까지 이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실 우칫치가 아키하바라에 머문 기간은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만큼 짧다. 하지만 기간한정으로 한 콜라보 카페 이후에도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도 제법 오랜 시간을 러브 라이브! 선샤인!!, 정확하게는 코이아쿠와 함께 한 것이다. 이후의 어느 음반을 돌아보아도, 이 만큼 어울리는 디자인도 없을 것이다. 비록 뮤직비디오 속의 수족관과 같은 느낌을 재현하지는 못할지라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반갑게 느껴졌다.
멀리 출구가 보이기는 했지만 이대로 곧장 나갈 수는 없었다. 기념품 매장을 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테마파크에 가게 되면 가벼운 마음에라도 기념품 매장을 들르듯이, 구매 여부에 관계 없이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의 다양한 기념품들을 둘러보아야만 비로소 관람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진열대 위의 각종 기념품들보다도 먼저 눈길을 끈건 입구 왼쪽의 작은 수조였다. 코이아쿠 사양으로 랩핑이 된 수조 안, 뮤비를 연상하게 하듯 Aqours의 아홉 멤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수초와 같은 각종 장식물들도 없이 바닥에는 모래 뿐인 독특한 모습이, 오히려 각 멤버들을 돋보이게 하는 듯 하였다.
그리고 수조 옆에는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의 유니폼을 입은 Aqours 멤버들의 입간판이 있었다. 다들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하단에는 성우들의 사인도 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제복 또한 굿즈로 판매되고 있었다. 향시 판매되는 것은 아니고 필시 한창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인기에 힘을 얻고 있을 무렵에 출시된 것일 터이기에,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도 힘들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인기에 이끌린 방문객들이 많기에, 제복 또한 적어도 이 패널을 보게 된다면 욕심을 가지는 팬들이 속속 생겨나겠지만, 인기라는 것도 결국에는 가변적이니, 지난 날의 추억으로 남겨둘 용기 또한 팬으로서의 자세일 것 같았다. 여전히 기념품 매장을 지키고 있는, 제복 차림으로 반기는 멤버들이 있으니, 섭섭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는, Aqours와 함께 할 시간이 길 테니까.
기념품 구경을 마치고, 조용한 복도를 걸어, 출구로 나가는 발걸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하여도 즐거웠던 한 때를 다시금 탐닉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여정을 생각하면 뒤를 돌아보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그저 입장할 때와는 다른 가라앉은 오후의 공기에 위안을 받는 것으로 족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입구 옆의 돌고래 부조에 넌지시 작별을 고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 아닌 이상은 멀리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의 무리를 구경할 수는 없으니, 그들을 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이 끌어들이는 것은 수족관의 오랜 과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의 돌고래 사육 발상지라는 타이틀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돌고래 공연을 하는 수족관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앞으로도 돌고래 쇼를 볼 수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인간들이 돌고래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듯, 돌고래들 또한 인간들을 드넓게 펼쳐진 대양으로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수족관이란 일상과 비일상이 맞닿는 지점과도 같다. 마치 아이돌처럼, 다음에 다시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를 찾아도 Aqours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듯이, 돌고래들 또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는 약속이 있다면, 적어도 떠나는 발걸음에 아쉬움을 실을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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