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 스와사 (諏訪社)

2021. 1. 22. 07:00일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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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어느 겨울날 스와 신사를 찾았다. 참배객을 반기는 날씨는 아니어서인지, 혹은 신사가 위치한 입지 때문인지, 다른 참배객은 보이지 않았다. 북쪽의 갈라 유자와 역 방향으로 나 있는 조에츠 신칸센의 고가교 아래, 입구 아닌 입구에 신사가 있음을 알리는 비석이 외로이 세워져 있었다. 촌사 스와사(村社 諏訪社). 스와 신사(諏訪神社)라고도 불리는 이 작은 신사는 JR東日本의 노선인 조에츠선(上越線)과 조에츠신칸센(上越新幹線)의 선로 사이의 작은 숲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스와(諏訪)라는 사명(社名)을 가진 다른 신사에 비하면 규모도 작은 편이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지만,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인 타케미타카타(タケミナカタ)를 모신다고 하니 이곳 또한 스와 신앙과 무관하지는 않은데, 촌사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이 작은 신사가 외지인에까지 알려진 데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작인 설국의 무대이기 때문이 가장 클 것이다.

 

계절 탓에, 그리고 궂은 날씨 탓에, 쵸즈야(手水舎)의 물은 시릴 만큼 차가웠지만, 히샤쿠에 물을 담아 손을 씻는다. 이런 곳에 위치한 신사라면 끌어다 쓰는 물도 맑으리라는 추측을 가지게 된다.

 

 

신사의 시작은 불분명하다. 기록상으로는 15세기 초반부터 역사가 시작되며, 유자와 촌의 역사를 함께해왔다고 하니, 실제로는 그보다도 수 백년을 더 거슬러올라가야 할 것이다. 경내가 넓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배전(拝殿) 외에도 이나리사(稲荷社)와 부동명왕상(不動明王像)에 도고 시게노리의 충혼비와 더불어, 천만궁(天満宮)도 있다

 

신사의 한편에는 배전으로 나 있는 길과는 수직으로, 동편으로 뻗어 있는 길이 보인다. 길이 향하는 곳은 있으나,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궁금증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야 풀렸다. 자세히 보면 멀리 토리이가 보이고 신사 방향으로 길이 곧게 뻗어 있다. 즉, 신사로 이어지는 옛 참도(参道)인데, 바로 조에츠선의 선로에 막혀 있다. 보통 신사 건물의 배치를 고려하면, 본래는 사전(社殿)이 지금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70년대 조에츠 신칸센이 신사 동편에 들어서게 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축되었다고 한다. 신사 경내를 돌아보면 신칸센의 고가교가 매우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기술의 발전이 신사의 모습을 바꾼 것이다.

 

비록 경내는 그 모습을 바꾸었음에도, 나무는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사 동쪽, 선로 가까이, 언뜻 보아도 수령이 제법 되어 보이는 삼나무가 바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에서 묘사한 나무(諏訪社の大杉)이다. 수령은 약 400년 정도인데 니가타 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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