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지만 시보리타테 준마이나마겐슈 카메구치 (多満自慢 しぼりたて 純米生原酒 かめくち) 소개

2021. 1. 29. 07:00일본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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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왕성하지 않아도 술 한잔은 거하게 땡기는 가을, 곳곳의 주조사에서 다양한 특색을 가진 술을 새로이 출하하는 가운데, 도쿄 도 훗사시에 위치한 이시카와 주조(石川酒造)에서는 늦가을에 접어들 무렵 슬쩍 판매가 시작되는 술이 있다. 바로 이 카메구치(かめぐち)는 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의 준마이나마겐슈(純米生原酒)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양조장 내의 직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술인데, 이전에는 술을 제조하는 장인들만 마실 수 있었던 아주 귀한 술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재고 또한 한정적이라 이 시기에는 놓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술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조 부지 내에 위치한 리큐르 샵인 사케세라(酒世羅)까지 다녀와야 했는데, 사실 처음부터 이 술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가을이 되면 카메구치보다 앞서 출하가 되는 신슈(新酒)이자 나마슈(生酒)인 아라바시리(あらばしり)나 사사니고리(ささにごり)가 있고, 가을 한정주인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도 맛을 보고 싶어서 넓지도 않은 매장 안에서 고민을 한동안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에는 이 술이 최적일 것 같아서 주문을 하게 되었다.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면 되지 않느냐고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카메구치는 진열대에는 없는 술이다. 주문을 하면 직원이 따로 물건을 내어 준다. 그리고 뚜껑에는 엄봉(厳封)이라고 적힌 스티커까지 붙인다. 이 술이 가지는 임팩트를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일본주의 이름은 제법이나 원료에서 그 이름을 따오는데, 카메구치는 이와는 연관이 없어 다소 생소한 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술의 제조과정과 연관이 있다. 술을 빚은 후 지게미와 청주를 분리할 때, 이 때 인위적으로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자연히 걸러지도록 뽑아내는 방법을 카메구치도리(亀口取り)라고 하는데, 그만큼 출하까지의 복잡한 과정이 다수 생략된 술임을 이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술의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 보자, 일단 겐슈여서 가수조정이 안 되어 있기에 일반 일본주보다는 도수가 좀 더 높은 점이야 알아두어야 할 테고, 더 중요한건 시보리타테에 나마슈(生酒)이다. 열처리를 하지 않아 발효가 진행중인 말 그대로 살아있는 술. 조심히 다룰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온도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보관시에는 냉장보관을 해야 하며, 그마저도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초가 되기 전 빠른 시일 이내에 음미를 하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술을 맛보려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축복이 따른다.

첫맛은 달다. 상온에 두면 알코올이 조금 더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원주의 바디감이 있기 때문에 향이 입에 가득 찰 만큼 퍼지는데, 맛에 빠져 대책없이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한다. 정제된 맛에 포인트를 주지 않은 술이니 정미보합은 70도로, 그렇게 낮지 않지만, 애초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점 또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온도가 변함에 따라 맛이 바뀌는 것은 다른 술도 마찬가지지만, 복잡한 맛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맛을 즐기는 재미가 더 있다. 온도를 높이면, 좀 더 농익은 맛을 볼 수 있고, 얼음을 띄워 마시면, 얼음이 녹으면서 층을 이루게 되어 또한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 이는 주조점에서도 나와있는 방식이니 겐슈이기에, 혹은 나마슈이기에 맛볼 수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건 맛이 변하기 전에 호다닥 비워버려야 하고, 그 맛을 오래 담아두고 싶어도 그리 할 수가 없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의 감상은 머릿속으로 새겨 두고, 이미 취해서 머리를 못 굴리겠다면 온몸에라도 새겨 두자. 이 카메구치는 그 만큼의 매력이 있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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