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6. 07:00ㆍ일본애니
이번 11화는 10화에서의 결정에 대한 대가가 나타나 있다. 작중 설정을 고려해 보아도, 전국적인 규모로 개최되는 공개 오디션의 결선에서, 전원 실격은 결코 쉽지가 않은 선택이기에, 셀렉션 프로젝트가 비추어주는 빛은 아마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눈부셨는지도 모르겠다. 결선 진출까지만으로도 개인의 충분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면, 이를 거머쥐지 못한 이들 또한 당연히 존재하는데, 탈락자들에게 결선 진출자들의 행보는 경솔하게 비추어질 수 있으며, 동시에 모욕감까지도 안겨다줄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음이 스즈와 카린의 조우에서 드러나듯, 다른 멤버들을 위해 종래의 목표를 전환하는 선택은 단지 결선 진출자들 사이에서 정리가 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셀렉션 프로젝트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고 한 건 프로젝트 주최 측이 아니었다. 이미 그 전조가 이전 화에서부터 천천히 고조가 되었으며, 결국 10화에서의 투표 결과에서 그 정점을 찍게 되었다. 그리고 9-tie로 새 출발을 결정한 이상 각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녀들을 감싸주던 빛이 사라진 이후, 스스로 빛을 내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 멤버들이 짊어져야 할 것은 탈락자들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 냉정한 현실이었다. 새로운 그룹명과 의상을 정한 9-tie의 멤버들이 오오미야역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실제로도 현실의 수 많은 아이돌들이 거쳐갔을 모습들의 나열이고, 카린과의 조우 또한 그 사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해딩을 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오리지널곡 이외에도 프로젝트의 경연곡도 더불어 사용하는 등 결국 셀렉션 프로젝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작품이 종반까지 와 있고, 11화에서 보여준 갈등의 전개가 더 심화될 수가 없는 시점에 이르러 있기에, 더 이상의 독자적 행보는 불가했을 것이며, 또한 불필요하였기 때문에 셀렉션 프로젝트와의 거리에도 어느 정도 상한이 존재해야 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9-tie의 멤버들은 완전하게 셀렉션 프로젝트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환경에서의 출발을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 평범하지 않다. 전국적인 규모의 공개 오디션에서 최종 결선 무대에까지 진출할 정도였다면, 가혹한 현실을 넘어, 멤버들의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아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아도 지나침이 없다.
결국 멤버들에게 주어진 길은 어쩌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떠한 선택지가 주어지건, 그리고 멤버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건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면, 이는 작품 중반부에서 드러난 멤버들을 잇는 정서가, 셀렉션 프로젝트에서 나타내고자 한 핵심 가치관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셀렉션 프로젝트와의 대립적인 구도에서 오미야에서의 행보를 보고자 한다면 그녀들의 짧은 외부 활동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며, 오히려 동일 장르 내에서는 거의 정석과도 같은 지리멸렬한 메시지가 부각되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면으로, 전개 방향이 타이틀을 벗어나 산으로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곧 다가올 이야기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할 것이고, 그녀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과제는 셀렉션 프로젝트에서의 시간을 포함한 긴 여정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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