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1. 23:00ㆍ일본여행
도쿄 서부의 관광지 중 한 곳인 아키카와 계곡은 아키루노시(あきる野市) 및 히노하라무라(檜原村)를 흐르는 아키가와(秋川)를 따라 형성되었으며,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자 단풍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단 본래 아키가와 계곡이라 하면 아키가와의 하류인 옛 아키가와시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이 평야 지대여서 단풍 명소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보다 상류에 가까운 이츠카이치마치 영역에서 루트를 시작해보려는 것. 그래서 와 있는 곳은 JR동일본 이츠카이치선의 종점인 무사시이츠카이치역이다.
루트는 강의 상류 방향으로 진행해야 해서 일단은 히노하라 방면으로 가지만, 히노하라카이도(檜原街道)를 따라 가는 건 아니고 그 아래를 지나는 아키가와바시(秋川橋)를 건너 강의 남단으로 이동한다. 차도가 아닌 강을 따라 가기 위함으로, 히노하라카이도를 따라 잠시 걷다 보면 나오는 작은 계단을 타고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차를 이용한다면 반대편에서 분기하는 길이 있으니 한 바퀴 돌면 아키가와바시를 지나게 된다.
아키가와바시를 따라 아키가와를 건너면 바로 옆에 아키카와바시 하천 공원 바베큐 랜드(秋川橋河川公園 バーベキューランド)가 있다. 여름 피서철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찾겠지만, 한창 추워지는 시기여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추계에도 동계에도 개장시간에 차이가 있지 영업은 하지만, 도저히 영업을 한다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적막감이 도는 쓸쓸한 하천의 공터로 남아 있었다. 단풍 스팟과도 거리가 있고.
바베큐장을 지나서는 다시 다리를 건너서 강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차도 지날 수 없는 작은 인도교이다. 바베큐장을 둘러가지 않는다면 아마 처음부터 히노하라카이도를 따라 가도 되었겠지만 팜플렛에도 나와 있는 루트라서 정석대로 따라 가는 것이다. 차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가도보다 가라앉은 분위기에 적막감까지 감도는 가을의 강변을 둘러보고자 했으니 어쩔 수 없다.
길은 강의 북단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아키루노신사 뒷편에 이르러 코와다바시(小和田橋)를 건너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면서 강변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단풍 스팟 중 한 곳에 해당한다.
다리를 건너서는 우회전한 뒤, 지장보살상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루트는 점점 산에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결국 산행으로 빠지는 건 아니고, 오르막길을 잠시 걷다 보면 제법 역사가 있어 보이는 총문 앞에 이르게 된다. 고토쿠지(広徳寺)라는 사찰으로, 무로마치 시대에 창건하여 에도시대 때 중건된 나름 이 지역에서는 역사가 깊은 사찰인데, 단풍 구경 한다면서 왜 사찰에 왔느냐.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사찰이 단풍 스팟이기 때문. 산문을 통과해 경내로 들어서면 한 눈에 보아도 오래 되어 보이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양 옆에 들어서 있다. 주거지역에서는 제법 외진 곳에 떨어져 있어서 방문객이 적다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짙게 내려앉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은행 냄새가 약간 났던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말고, 경내가 크지는 않지만 둘러볼 곳이 많으니, 본당 뒤편까지 둘러보아야 한다.
사찰을 나온 뒤에는 역시 팜플렛에 소개된 단풍 스팟인 카게츠쿄(佳月橋)를 건너서, 강 북단의 히노하라카이도로 돌아온다. 강 남단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정석이기는 하나 보다 원활한 이동을 위해 넓은 길을 택한 것으로 다시 히노하라 방면으로 걷다가 코나지 신사(子生神社)앞 삼거리 앞에서 옆길로 한 번 샌다.
옛 토쿠라무라(戸倉村)지역과 이츠카이치마치의 구역(旧域)을 잇는 사와토바시(沢戸橋). 여기서부터 다시 팜플렛상의 루트로 이어진다.
사와토바시도 역시 아키가와에 놓인 여러 다리와 함께 단풍 스팟 중 한 곳인데, 굽이져 흐르는 아키가와와 멀리 색을 입은 산의 원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강은 가을이 아니라 겨울 느낌인데, 시기가 시기여서 단풍은 이미 제법 떨어지고, 빛이 바래 있다. 산인들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장소가 잘못 되지는 않았으니, 방문 시기에 따라서는 좋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토쿠라에 온 이유는 바로 단풍 구경이 아닌 사카구라 방문을 위해서이다. 나카무라 주조와 더불어 아키루노시의 일본주 주조사 중 하나인 노자키 주조(野崎酒造)로, 키쇼(喜正)라는 명주(銘酒)로 알려져 있는 소규모의 양조장이다. 견학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부지 내에 매장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있다.
토쿠라에서 히노하라카이도에 합류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지만, 시간 관계로 히노하라카이도를 따라 되돌아간다. 달리 갈림길을 이용할 필요도 없으니 계속 직진만이 있을 뿐.
그리고 다시 출발지점인 무사시이츠카이치역으로 돌아왔다. 관광객들로 붐비지도 않았고 산이 아닌 강을 따라 이어지는 루트여서 조용히 경치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여러 번을 둘러보아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상류 방면으로 따라가고자 하면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 취향에 맞게 돌아보면 괜찮은 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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