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5. 22:00ㆍ일본여행
숙박시설과 상점가를 지나 신사 입구에 들어서면 한동안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산에 위치해 있으니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건 특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신사로 간다는 전제 하에서는 계단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
계단은 배전 앞까지 이어진다. 빨간 색이 인상적인 무사시미타케신사의 배전. 참배객들로 붐비지는 않아서 참배도 조용히 할 수 있었고, 뒷편의 섭말사들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참배객들도 붐비는 시즌이었다면 아마 상상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배를 마치고, 다시 내려가는 길은 한 결 발이 가볍다. 단풍구경과 함께, 신사 방문은 미타케산 관광에서 빼 놓기는 아쉬우니까. 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명소들을 하루만에 다 둘러보기도 무리가 있고, 당연히 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일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신사를 나와서는 다른 길로 빠진다. 인적은 더 뜸해졌지만, 신사만 들르기는 아쉬운 생각에 미타케산에 산재해 있는 폭포 중 하나인 나나요 폭포(七代の滝)를 보러 간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끝없이 내려가는 길이다. 어지간히 내려가면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해진다.
수 십분을 내려간 깊은 산 속에 자리한 나나요 폭포는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사진 한장에 담기는 딱 좋은 크기의 폭포이다. 폭포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는 않지만, 바위를 딛고 가야 하고 주변에 딱히 발판이 있지도 않아서, 자칫하면 실족을 할 수도 있기에, 폭포 입구에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최대한 안전에 신경 쓴다면 좋은 뷰를 보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폭포 한 번 보려고 험한 산길을 내려갔다가 여유있던 체력을 거의 깎아먹어,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등산로로 올라와서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체력뿐만 아니라, 수 십분을 요하는 길이었기에, 시간도 제법 지나 있어서, 천천히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 걸음은 더 급해졌다. 산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산의 주민이 아닌 이상은 일찍 어둠이 내리기 전에 빨리 내려갈 생각을 해야 했다.
미타케산역으로 다시 돌아왔을 무렵에는 이미 해는 진 이후였고, 산행은 물론 전망대에도 갈 수 없을 만큼 어둠이 깔려 있었으니 딴 생각 않고 바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차량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올라오는 시간은 제각각일지라도 내려가는 시간은 비슷하니, 저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근처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당일 일정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 최대한 오래 머무르다가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려고 하지는 않았을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미타케역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역사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열차에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지역이어서일 것이다. 버스만 해도 거의 만차 수준이었으니까. 그나마 길고 긴 오우메 선에서 높은 등급의 열차도 정차를 하는 미타케역이기에, 보통이건 쾌속이건 시간에 맞추어 타기만 하면 되는 건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한 주변 분위기와 다르게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승강장에도 많았다. 어둠이 깔린 승강장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는 않았다. 다들 산행에 지쳐 있어서였을까.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열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열차 안으로 들어서면서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내리는 사람들에 비해 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좌석은 충분히 비어 있었던 상행 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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