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유자와 여행 1편 - 눈의 고장, 유자와마치의 정경

2022. 1. 26. 23:00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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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얼어붙은 공기에 몸을 움츠리고, 시린 손을 마주 잡아 조금이라도 온기를 지켜야 할 계절이 오면, 으레 비슷한 생각이 회로를 타고 이어진다. 눈에 덮힌 자연 속에서 따뜻한 온천에 몸을 녹이고픈 욕구. 이를 만족시키려면 번잡한 도쿄를 떠나야만 할 것이었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법한 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쿄 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승강장에 나와 있는 이유는 도쿄 역을 출발하는 신칸센을 타기 위해서이다. 도쿄 도심 내에서 신칸센을 탈 법한 곳이 많지는 않은데, 도쿄 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으레 정해져 있다. 토호쿠 신칸센을 따라, 타카사키(高崎)에서 갈라지는 호쿠리쿠신칸센(北陸新幹線) 혹은 죠에츠신칸센(長野新幹線). 그리고 이 날의 목적지를 향해서는 후자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막 다른 종별로의 운행을 마치고 신칸센 E7계가 승강장에 들어섰다. 도쿄역을 종착역으로 하여, 승객들을 내린 뒤, 다른 종류로 운행을 하는 것이다. 이 날 탑승한 열차는 토키(とき). 니가타까지의 구간을 운행한다.

 

 

도쿄에서 한시간 반을 달려 에치고유자와역에 도착했다. 신칸센의 승강장은 3층에 위치해 있어서 승강장에서 내려와야 개찰을 통과할 수 있다. 개찰구는 2층에 있고, 1층에는 재래선인 죠에츠선의 승강장이 있다.

 

 

 

동편출구로 방향을 틀면, 정면에 설산이 보인다. 눈이 많이 내린 편은 아니었다. 같은 시기 인근 모 동네에서는 폭설이 내렸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탓인지, 산정부에만 눈이 남아있는 정도이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쿄보다는 낫다. 도쿄보다는.

 

 

동쪽 출구 앞의 에키마에도오리(駅前通り). 여러 음식점들과 중소 규모의 료칸들이 늘어서 있다. 료칸보다도 민숙(民宿)정도로 보아도 될 것 같다. 대규모 호텔들과 유명 료칸은 역을 기준으로 서쪽에 몰려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하고는 있다. 주간에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에서 멀어질수록 인적은 드물어지고, 적막감만 더해가지만, 유자와마치에 온 김에 잠시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유자와우체국(湯沢郵便局) 근처에 전국구급의 인지도를 가진 일본주 제조사인 시라타키 주조(白瀧酒造)가 위치하고 있다. 한국으로도 영업망이 뻗어 있다고 알고 있다. 상선약수(上善如水)로 유명하니, 아마 이름을 들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시라타키 주조 공장 앞은 니가타현도 351호 칸다치유자와선(新潟県道351号神立湯沢線)이 지나고 있지만, 관광객들은 커녕 지역 주민들조차도 보이지 않은 조용한 길이라, 동쪽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 서쪽 출구로 나갔다

 

 

역을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자와마치 역사민속자료관(湯沢町 歴史民俗資料館), 일명 유키구니관(雪国館)이 있다. 유자와마치의 역사 및 옛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알차게 전시되어 있는데, 그 외에도 이 동네가 그 유명한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이기도 해서, 아예 전 3층 곳곳에 설국 관련 자료들을 배치해 두었다. 원작을 접해 보았건 그렇지 않았건, 느낌은 다르겠지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유자와마치 역사민속자료관(湯沢町 歴史民俗資料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이하 포스트를 참고 바란다.

 

 

소설 설국의 무대에 대하여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유자와마치 역사민속자료관 유키구니관(湯

에치고유자와 역 서쪽 출구를 나와 북쪽으로 가다 보면 머지 않아 유키구니칸이 보인다. 소설 설국과 그 무대가 된 유자와마치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는 곳인데,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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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더 가면 유자와코겐 로프웨이 산로쿠역(山麓駅)이 나온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면 유자와코겐 스키장으로 갈 수 있다. 다만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건너편인 산쵸역(山頂駅)바로 옆에서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찾았다. 구체적인 과정은 이하 포스트를 참고 바란다.

 

 

유자와마치의 스키장에서 설경을 감상하다, 유자와코겐 스키장(湯沢高原スキー場)

유자와마치에는 지역별로 다수의 스키장이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을 위해서는 로프웨이를 이용해야 한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 조금 떨어진 유자와코겐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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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스키 관광을 목적으로 찾은 사람들이 많으나, 딱히 영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하계에는 이벤트 회장으로 쓰이나 눈으로 덮인 동계에는 구분을 짓는 의미가 없어지는 넓은 광장에서 유자와마치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날은 흐렸으나, 나름대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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