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유자와 여행 2편 - 타카한 료칸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돌아가는 길.

2022. 1. 27. 07:00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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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와코겐 스키장을 내려와, 니가타현도 462호 유자와온센선(新潟県道462号湯沢温泉線)을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옆에는 신칸센의 고가 선로가 따라 뻗어 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하늘은 해가 기울고 있는지도 알기 힘든 시간, 더 이상 무엇을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점점 인적은 드물어지고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다. 그리고 신칸센 선로와도 멀어져, 더욱 적막해진 길을 가다 보면 멀리 목적지가 보이게 된다. 

 

 

신칸센 선로 쪽으로 방향을 틀기 전에 정면에 나 있는 언덕길을 오르면 바로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타카한 료칸에 도착하게 된다. 정식 명칭은 유키구니의 료칸 타카한(雪国の宿 高半)으로,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면서 설국을 집필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에 료칸 측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소설만으로 유명세를 얻은 곳은 아니다. 에치고(越後), 그러니까 지금의 니가타현(新潟県) 시바타(新発田)에서 내려온 타카하시 한로쿠(高橋半六)가 온천을 발견한 데서 타카한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이 때가 11세기 말엽으로, 이는 곧 에치고유자와 온천의 시작이기도 하다. 료칸의 설명과 감상기는 이하 포스트를 참조. 다만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보았을 당시의 건물은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한 유자와의 다카한 료칸 (雪国の宿 高半)

다카한 료칸은 900년이나 되는 오래된 료칸이며, 곧 유자와온천의 시작과도 연관이 있다. 료칸의 시조가 발견한 온천이 곧 유자와 일대 온천의 역사의 시작이 되었다. 지금도 료칸에서는 천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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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렀던 료칸, 에치고유자와온천 유키구니의 료칸 타카한에서 보낸 시간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면서 소설 '설국'을 집필한 곳으로 이름난 니가타현 유자와마치의 타카한 료칸. 흑백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이전의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아마 문화재 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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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과 카이세키를 즐기고, 객실에서 한껏 휴식을 취하고 난 다음 날은 아침부터 비가 궂게 내렸다. 소나기만큼은 아니자만 제대로 곱창이 나버린 날씨에는 달리 어찌할 바도 없었다. 첫날부터 딱히 좋은 날씨는 아니었는데, 차라리 눈이라도 내렸다면 다행인 것을. 그나마 추가로 방문할 곳이 많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여행의 마무리가 영 개운하지 않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료칸에서의 좋은 기억이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 주었다.

 

 

료칸에서 제공해 주는 송영차량을 타고 유자와역까지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조금 주변을 둘러보자는 생각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보로 료칸을 내려갔다. 우측의 굽이진 길을 따라 가면 료칸 뒷편을 한 바퀴 돌 수 있지만, 언덕길을 내려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지 않아도 될 길이다.

 

 

니가타현도 462호 유자와온센선(新潟県道462号湯沢温泉線)을 따라 갈라유자와역(ガーラ湯沢駅)방면으로 이동. 타카한 료칸이 갈라유자와역과 매우 가까워서 경우에 따라서는 당역을 이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스키타러 오지도 않았는데 고집할 필요도 없다. 애시당초 스키용 목적으로 동계에만 운영하는 신칸센 전용 역이다. 따라서 역 내부로 갈 생각은 없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바깥에서나마 구경을 해 보고 싶었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 비를 맞아가며 도착한 두 번째 날의 첫 방문지는 스와사(諏訪社)로, 죠에츠신칸센 선로와 죠에츠선 선로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신사이다. 갈라유자와역 앞을 돌아 갈 필요는 없고, 료칸에서 내리막길을 나오면 바로 정면에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가 있다.

 

 

스와사를 나와서는 선로 동쪽으로 돌아 나와 역을 향해 걸었다. 오른쪽에 높이 솟아 있는 죠에츠신칸센 선로 아래로 죠에츠선의 선로가 나 있고, 그 위를 호쿠에츠 급행(北越急行)의 열차가 지난다. 조금 더 가까이서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열차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역내의 상업시설인 CoCoLo유자와(CoCoLo湯沢)를 들르기로 했다. 유자와 뿐만 아니라 니가타현 일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명물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인데, 눈길을 잡아 끄는 곳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폰슈칸 에치고유자와역점 키키자케반쇼(ぽんしゅ館 越後湯沢驛店 唎酒番所)로, 500엔을 내면 받게 되는 코인을 넣어서, 니가타현 내의 주조사에서 생산되는 술을 한 잔 씩 맛볼 수가 있다. 운전할 것도 아닌데, 알코올이 들어가 줘야 신칸센 안에서 잠을 잘 것 아닌가.

 

 

그렇지??

 

 

기념품을 잠시 둘러보다가 열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조금 발걸음을 서두르기는 했지만 무리없이 신칸센에 승차할 수 있었다. 돌아갈 때는 타니가와를 탔지만 차량은 토키와 같은 E7계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도쿄는 따뜻데스네. 눈비가 쏟아지던 유자와와는 다르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겨울날이었다. 아이하고 요우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돌아갈 길이 바빠서, 다시 걸음을 서둘러야 했던 야마노테선의 승강장에서, 비로소 여행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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