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9. 07:00ㆍ일본주류
가을무렵에 출하가 되는 이시카와 주조의 한정주 사라사라니고리 쥰마이나마슈.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니고리자케이다. 윗부분은 맑은 청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바닥에 고운 입자들이 가라앉아 있다. 그렇다고 막걸리처럼 흔들어서 마시자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 이시카와 주조의 다른 술을 보아도 붙지 않는 주의문에 적힌 내용대로, 여느 일본주처럼 개봉을 하면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그것이 사라사라니고리의 또 다른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니고리자케는 히이레, 즉 가열처리를 해서 출하가 된다. 그래서 상온에서 진열을 할 수도 있고, 비교적 오래 둘 수도 있다. 그러나, 사라사라니고리는 가열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로 출하가 되어, 구입 시점에서도 병 내부에서는 발효가 일어나고 있다. 안 그래도 조밀하게 거르지 않아 다양한 성분이 담겨있는 니고리자케 내에서 발효가 지속되면, 내부는 탄산으로 차게 된다. 그러니 여느 술처럼 개봉을 하게 되면 흘러넘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래서 주조사에서는 뚜껑을 조금씩 열면서 탄산을 조금씩 빼는 것을 권한다. 그래도 역시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내용물이 바로 병목까지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콜라를 포함한 여느 탄산음료보다고 개봉하기가 까다로울 것이다. 가볍게 병을 뒤집어 침전물을 섞어보려고 해도 개봉시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 무효하다. 일단은 개봉을 먼저 하고 나서 어떻게 따를 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처음만 그렇지, 이후에는 어느 정도 탄산이 빠져나간 뒤라 다소 수월하게 개봉을 할 수 있다. 나마슈이기 때문에 여러번 여닫을 일도 없지만.
적당히 잔여물이 섞이도록 잔에 따르면 막걸리와 비슷한 색이 나온다. 하지만 막걸리와는 다른, 그리고 임팩트 있는 맛이다. 강렬한 알코올의 중압감이 탄산과 섞이어 상당히 무거운 느낌을 준다. 니고리자케가 품고 있는 단맛을 느끼기에는 무거운 풍미를 견뎌야 한다. 더욱이 가수조정이 안 되었으니 진하고, 도수도 거의 겐슈에 가까운 17도이다. 반면 향은 짙지 않고, 탄산도 개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제거가 되어, 사이다나 콜라 같은 청량감을 띠고 있지는 않은 점도 사라사라니고리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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