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8. 19:20ㆍ일본주류
비범한 이름을 가진 명주(銘酒)인 코마오(高麗王)는 사이타마현 중부 히다카시(日高市), 코마가와(高麗川)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나가사와주조(長澤酒造)에서 만들어진다. 명주의 이름은 주조가 위치한 지역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코마오는 같은 히다카시 내에 위치한 코마신사(高麗神社)의 시조인 고려왕 약광(高麗王 若光)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보인다.
다른 주조사들도 그렇듯이 가을에 접어들며 날씨가 추워지면 신슈(新酒)를 출하하게 되는데, 시보리타테도 대부분 늦가을이나 겨울 무렵에 선을 보이는 일본주의 일종이다. 시보리타테는 말 그대로 읽으면 '갓 짜낸' 이라는 뜻이며, 양조를 마치고 지게미를 걸러내어 나온 그대로의 상태에 초점을 두고 나온 청주이다. 후처리를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맛을 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열처리나 가수조정을 하지 않은 나마슈(生酒)나 겐슈(原酒)로 출하되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지 않음에도 시보리타테를 제품명에 붙이는 경우나 숙성을 거쳐 출하되기도 하기에, 제품명에 시보리타테를 붙일 때는 나마슈나 겐슈도 별도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갓 나온 술을 맛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도 중요하다. 그래서 시보리타테가 제품명에 들어간 경우는 이를 아울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담백한 요구르트 향이 특징적인데, 쥰마이슈임에도 뒤에 알코올 향이 묻어나와 제법 펀치가 센, 강렬한 첫잔. 나마겐슈가 가지고 있는 어느 정도 공통적인 특징은 있지만, 정미보합이나 알코올 도수가 보장을 해주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죠조와는 명백히 구분된다. 당연하게도 준마이슈니까. 단맛이 돌면서도 목넘김 이후에는 길게 여운을 남기지 않는, 깔끔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다만, 준마이슈가 긴조처럼 특유한 향이 돌지는 않기에, 간혹 맛이 마일드하게 느껴질 떄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제법 뿐만 아니라 원재료미에도 좌우된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가사와주조는 코마오 라인업에는 미야마니시키(美山錦)와 사이타마 지역 고유품종미인(彩のかがやき)를 쓰나, 이 준마이 무로카 나마겐슈 시보리타테에는 국산이라고만 명기되어 있어, 정확한 품종을 알기는 힘들다. 다만 맛으로만 보면 자극적이거나 튀지 않는 퍼포먼스는 아마 미야마니시키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주조사가 그저 국산으로 표기를 하기 위해 전혀 다른 사카마이를 들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나마겐슈 가운데서는 준마이슈건 혼죠조건 가리지 않고 한동안 단 맛이 강한 술을 맛보다 보니, 이번 코마오의 나마겐슈 시보리타테는 한편으로 새롭고, 신선하다. 추운 계절을 견디며, 갓 출하한 술을 맛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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