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7. 21:00ㆍ일본철도
시즈오카현(静岡県) 나가이즈미쵸(長泉町)에 위치한 시모토가리역(下土狩駅), 역사 남쪽에 위치한 문화회관인 커뮤니티 나가이즈미(コミュニティながいずみ) 앞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좌측에는 나가이즈미쵸의 각종 명소들을 표시해 놓은 '나가이즈미 역사 탐험 지도'이고, 그 옆에는 시모토가리역의 역사에 대한 안내판이 나와 있는데, 표제 옆에 괄호로 '구 토카이도선, 미시마역에서 시모토가리역으로의 변천'이라고 적혀 있으며, 하단에는 당시의 사진과 함께, 시모토가리역이 탄생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영업상황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우하단에는 시모토가리역을 지나는 고텐바선과 함께, 일대의 철도노선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되어 있는데, 그 중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은 지금은 현존하지 않는 구간이다. 바로 이 구간이, 시모토가리역이 한 때 미시마역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1898년, 현 이즈하코네철도 슨즈선의 모태가 되는 즈소 철도(豆相鉄道)가 오히토역(大仁駅)에서 지금은 미시마타마치역(三島田町駅)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시마마치(三島町)역에 이르는 구간을 개통하게 되면서, 슨즈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본래 해당 노선은 이즈반도 중부와 토카이도선을 이을 목적으로 부설되었는데, 지금의 토카이도선은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오다와라시(小田原市)의 코우즈역(国府津駅)에서 아타미역(熱海駅)을 거쳐 누마즈역(沼津駅)으로 이어져 있지만, 이 당시에는 하코네야마(箱根山) 남부의 산맥을 통과하는 터널을 지을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였던 탓에, 코우즈역에서 하코네야마 북쪽을 돌아, 고텐바(御殿場市)를 거쳐 누마즈역에 이르는 현 고텐바선(御殿場線)이 토카이도선(東海道線)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이에 따라, 옛부터 토카이도(東海道)의 역참 마을로 번성하였던 현 누마즈시(沼津市)와는 달리, 인접한 현 미시마시(三島市) 일대는, 누마즈와 동일하게 토카이도의 역참이 위치해 있었으며 미시마대사(三嶋大社)로도 그 이름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철도교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여 쇠락해 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지역에 철도를 유치하고자 하였고, 결국 누마즈역에서 토카이도선과 접속하려던 기존 슨즈선의 경로는 미시마를 지나, 당시 나가이즈미무라(長泉村)의 현 시모토가리역 위치에 이르는 경로로 변경이 되어, 같은해, 슨즈선은 미시마에서 북쪽으로 연장되어 토카이도선과 접속하였고, 이에 따라 미시마역이 개업, 당시 토카이도선의 역 또한 관설 미시마정차장(官設三島停車場)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하였다. 미시마시에 위치해 있지 않음에도 미시마역이라는 역명이 붙은 데는, 해당 역이 이즈지역과 함께, 미시마로의 관문 역할을 한 것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1934년, 당시 코우즈역에서 분기하는 형태로 부설되어 있던 아타미선(熱海線)의 아타미역에서, 탄나 분지(丹那盆地)를 통과하여 칸나미(函南町)로 이어지는 탄나 터널(丹那トンネル)이 개통됨과 동시에, 현 토카이도선에 해당하는 구간이 개통하였다. 해당 구간은 칸나미에서 미시마를 거쳐, 누마즈에 이르는 루트로 부설이 되었기에, 미시마 지역에는 새로이 역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즈소 철도(豆相鉄道)의 노선을 양도받은 슨즈 철도(駿豆鉄道)는 기존 선로를 신규 루트에 접속하는 형태로 변경하게 되었고, 미시마역은 지금의 역명인 시모토가리역(下土狩駅)으로 개칭되었다. 같은해, 새로이 미시마역이 개업하게 되면서, 현 슨즈선의 미시마히로코지역(三島広小路駅)에서 시모토가리역(下土狩駅)에 이르는 구간은 폐선되었다. 시모토가리역 남쪽에는 이즈하코네철도의 구 미시마역 터가 남아 있는데, 주변은 이미 주택가가 형성이 되어, 그 당시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시모토가리역 구내에는 여전히, 당시의 철도가 다니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옛 노반을 따라 새로이 도로가 들어섰기에, 지금도 항공사진으로 슨즈선의 옛 구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모토가리역은 토카이도선(東海道線)의 옛 구간이 분리된 고텐바선(御殿場線)의 역으로 남았고, 역의 규모 또한 상당히 축소가 되었으나, 그 자리에서는 철도교통에 대한 지역사회의 열망과,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지방철도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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