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슨 그라스가 들어간 폴란드 보드카, 즈브로카 (Żubrówka Bison Grass, Żubrówka Biała) 소개

2021. 2. 9. 19:00일본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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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를 좋아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고, 그만큼 다양한 종류와 음용법을 가지고 있는 점은 보드카의 큰 매력이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여도 그렇지 않고,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보드카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만큼 보드카의 세계는 넓다.

그 수많은 보드카들 중에서도 즈브로카는 다소 특이하다. 우선 색깔과, 병입되어 있는 길고 가는 풀의 정체에 의문을 품게 된다. 흔히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향(無香)을 특징으로 삼고 있는 보드카인데, 어디에도 들어맞고 있지 않다. 즉, 흔히 보드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즈브로카는 보드카계의 별종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향이 가미된 flavored vodka는 보드카 좀 마셔본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그렇게 드물지 않다. 동일한 브랜드 가운데서도 다양한 향이 들어간 보드카가 있어 애호가들은 물론 보알못들까지 시선을 돌리게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즈브로카가 flavored vodka 중에서도 흔한 맛은 아님을, 본 블로그에서의 첫 보드카 리뷰를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보드카 하면 다들 떠올리는 앱솔루트나 스톨리치나야 같은 유명 브랜드도 많은데, 왜 첫 소개를 이걸로 시작하는가. 다양한 보드카 브랜드가 많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즈브로카 또한 판매량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에 드는 브랜드이기에, 유명세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브랜드이다.

 

즈브로카에 풀이 들어간 이유를 말하자면 보드카의 역사를 더듬어 찾아야 한다. 즈브로카가 탄생한 폴란드는 러시아와 더불어 보드카의 발상지라고도 알려진 곳인데, 대다수의 슬라브권 국가들이 그러하지만 폴란드 또한 다양한 보드카로 이름을 날리는 국가이다. 알코올 함량으로 유명한 스피리터스(Spirytus) 또한 폴란드의 보드카이다.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곡물이나, 기타 당 성분이 포함된 작물 등 다양한 원재료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기는 하나, 보드카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정제된 술이라는 점이다. 워낙에 재료의 폭이 넓으니 맛도 천차만별이어야 하는데 여과 과정을 거쳐서 깔끔하고 잡내가 없도록 어느 정도 제어를 하게 된다.
지금이야 정제 기술의 발달로 질 좋은 보드카가 양산되고 있으나, 먼 옛날 기술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특유의 잡내가 남아있어 이를 꺼리는 경우가 있었으니,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하여 첨가물 등을 넣어 잡내를 지우고자 하였는데, 즈브로카 또한 그 과정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즈브로카 안에 들어간 풀은 바이슨 그라스라 불리는 벼과의 풀로, 흔히 유럽 최후의 원시림이라 알려져 있는 폴란드 동남부와 벨라루시에 걸쳐 있는 드넓은 비아워비에자 숲(Białowieża Forest)에서 자생하고 있다. 이 곳에서 허가 하에 체취된 바이슨 그라스를 병입하여, 색과 향, 그리고 맛을 더한다. 이 바이슨 그라스의 폴란드어 명칭이 żubrówka로, 정식 명칭인 żubrówka vodka, 즉 바이슨 그라스가 들어간 보드카라는 브랜드의 명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마크이다. 왜 로고에 들소가 들어가 있는가. 이 또한 바이송 그라스와 연관이 있다. 유럽 들소가 비아워비에자 숲에 서식하고 있으며 바이송 그라스를 먹이로 한다.  들소를 일컫는 말인 바이슨(bison)에서 바이슨 그라스(bison grass) 라는 말이 왔듯이,  Żubrówka 또한 유럽들소의 폴란드어 명칭인 즈브르(Żubr)와 연관이 있으며, 보드카의 이름인 즈브로카는 바이슨 그라스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참고로 즈브로카라는 한글 표기는 다소 어색한 감이 있다. 어느 정도 널리 사용되는 표기를 따르기는 하였으나, 본래 폴란드어 표기로는 즈브룹카에 가깝다. 일본어 또한 원어 표기와 가깝지는 않는데, ズブロッカ라는 표기는 즈브록카에 가까운 발음이다. 아마 폴란드 어 또한 로마자를 쓰니, 영어 독음법으로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나, 어쨌건 본문에서는 즈브로카로 표기를 하고자 한다.

 

즈브로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말을 할 것도 없이 바이슨 그라스의 독특한 향취에 있다. 서식 지역이 한정되어 있으니, 어디서도 좀처럼 맛보기 힘들다.
그러나, 역으로 여기에 맛을 들리면 입 안에 감길 때 은은한 향이 퍼지고 목으로 넘어간 이후에도 향이 감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맛일지라도, 점차적으로 적응을 해 나가면, 역으로 이 향을 찾게 되는 그 매력에 빠지게 되어, 즈브로카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즈브로카의 향을 더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여느 보드카와 비슷하게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주로 주로 과일 주스 등을 섞어 다른 과일향을 가미한다. 폴란드 현지에서는 다양한 음용법이 퍼져 있으나, 가장 유명한 건 샬럿카(Szarlotka, Sharlotka)이다. 사과 파이라는 뜻의 샬럿카는 즈브로카 보드카에 사과 주스를 1대2 비율로 섞어서, 시나몬 파우더 혹은 시나몬 스틱으로 마무리한다. 경우에 따라서 가니쉬로 말린 사과를 올리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얼추 사과 파이 같아 보이지 않은가, 어른들을 위한 사과파이.

 

물론 바이슨 그라스를 버티지 못하겠다고 여긴다면 여느 보드카와 같은 클리어한 맛을 찾을 수도 있다. 색을 보면 알겠지만 왼쪽의 설원 속의 소가 그려진 즈브로카 비아와(Biała)가 그것으로, Biała는 '하얀'이라는 의미의 폴란드어인데, 일본에는 즈브로카 클리어(ズブロッカ クリア)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어쨌건 클리어하니까 딱히 어색한 이름은 아닌데, 폴란드어 명칭 또한 라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비아와건 클리어건, 중요한 건 바이슨 그라스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건데, 그럼에도 즈브로카라는 이름은 그대로 통용된다. 일본 내에 수입되는 즈브로카는 이 두 종류 뿐이니, 두 보드카의 대비되는 맛의 차이를 느껴 보는 것도 인상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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