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2. 19:00ㆍ일본주류
쇼난 지역이라고 하면 아마 에노시마 인근의 해변이나 옆 동네인 가마쿠라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가나가와 현 남부의 사가미 만의 연안부와 넓게는 그 인근에 위치해 있는 내륙지역의 일부까지 포함하는 넓은 지역을 일컫는 명칭이다.
따라서 에노시마로 유명한 후지사와 시 서쪽에 위치한 지자체인 치가사키 시 또한 사가미 만에 접해 있으니, 쇼난에 포함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그 치카사키 시 북쪽 카가와라는 곳에 일본주와 더불어 맥주를 생산하는 쿠마자와 주조(熊澤酒造)가 있다.
그리고 쿠마자와 주조에서 생산되는 지역 맥주(地ビール) 브랜드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쇼난 비어(湘南ビール)인데, 본문에서는 원어 발음을 따라 쇼난 비루로 칭하고자 한다.
쇼난 비루의 특징은, 이것저것 계절 한정 맥주를 많이 내놓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인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을 블랜딩한 에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에일의 기본적인 상쾌하고 청량감 있는 맛이 과일의 향과 매우 잘 어울리니, 제대로 된 상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판매시기가 정해져 있고 준비된 재고만큼만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가 떨어지면 꼼짝없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한정 에일 중에 사진의 카타우라 레몬 에일이 있다. 같은 가나가와 현 서부의, 성으로 잘 알려진 오다와라 시(小田原市)의 카타우라 지구(片浦地区)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레몬을 사용하였으며, 4~5월 경에 판매된다. 레몬의 상큼함이 과하지 않게 적절히 녹아들어가 있는 에일이다.
쇼난 비어 브랜드로 판매되는 에일은 기간 한정 상품만 있지는 않다. 에일을 기간한정으로만 살리기에는 그 맛이 아깝지 않은가. 향시 맛볼 수 있어야지. 내용물은 라벨에 적힌 대로 에일의 한 종류인 인디아 페일 에일이다. 미국산 홉을 사용하면서, 시트러스 향이 특징적이다. 지역 맥주의 신선함이 잘 느껴지는 에일이다.
쇼난 비어라고 쓰인 라벨만 보아서는 어떤 맥주인지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상시 판매되는 제품은 비슷한 라벨링이 되어 있으니까. 엄밀하게는 라벨의 배색으로 구분이 가능하기는 한데, 사진의 맥주는 필스너이다. 딱히 연상되는 배색은 아니지만.
그리고 쇼난 비어는 동일 제품이라도 이렇게 라벨링을 다르게 해서 판매되기도 한다. 브랜드명에 맞게 쇼난 일대의 명승지에서 모티브를 따온 개성있는 라벨이 특징적인데, 에노시마의 해변에 어울릴 법한 이 진한 색의 맥주는 알트이다. 본래 의미에 맞지 않게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상면발효맥주의 일종. 상당히 향긋하고, 다소의 무게감도 있으면서도 청량한 맛이 감돌고, 후루티한 맛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왜. 부처의 머리인가 하니, 가마쿠라 시(鎌倉市)의 사찰인 고토쿠인(高徳院)에 자리한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仏)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라벨이고 내용물은 슈바르츠이다. 알트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유래하였으나, 발상지는 뒤셀도르프에서는 다소 떨어진 남부의 바이에른 지방이다.
다만 알트와 같이 산뜻한 맛은 없다. 애시당초 흑맥주를, 그것도 하면발효맥주인 슈바르츠를 알트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슈바르츠의 특징일 것이다.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잡힌 맛이 엄근진한 불상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하면 억지스러운 비유가 될 것 같지만, 슈바르츠를 설명하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맥주. 라벨이 무척 인상적인데, 일명 부인 맥주(츠마 비루, 妻ビール)로 불리는 골든 에일이다. 사진으로는 색감이 잘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명칭에 골든이 들어간 이유가 색깔 때문이다. 골든 에일과 부인이 어떠한 관계가 있어서 저런 라벨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맛은 시트러스 향이 잘 살아 있는 준수한 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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