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5. 19:00ㆍ일본주 주조사 소개
도쿄 도 한 가운데 위치한 후츄 시(府中市)는 도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베드타운이다. 그만큼 도시화도 진척된 도시의 중심부에 지역 양조장인 노구치 주조(野口酒造)가 있다. 정확하게는 게이오 전철 후츄 역의 남쪽, 구 고슈카이도(旧甲州街道)와 후츄카이도(府中街道)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역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고, 주변에는 주거지구와 보건소, 시청이 들어서 있어 한적하다고는 볼 수 없는 곳이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양조를 하고 있으나, 이 곳은 여전히 노구치 주조의 술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쿄 5대 신사중 한 곳인 오오쿠니타마신사(大國魂神社)가 있는데, 19세기 중반 이 신사에 봉납할 술을 공급하게 된 것이 노구치 주조의 시작이다. 원래는 시 남쪽을 흐르는 타마가와(多摩川)의 물을 끌어다 썼으나, 도시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로 도심부에서의 양조는 단념하게 되고, 고슈카이도 인근에 위치한 시설에서는 실질적인 양조가 아닌 병입 등의 후처리가 이루어 질 뿐이나, 한때는 양조가 이루어졌던 주조 건물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구치 주조의 명주는 코우즈루(國府鶴)라고 하는데, 고대 행정관청의 명인 국부(國府)와 학을 뜻하는 츠루(鶴)가 합쳐진 형태이다. 술 이름에 국부가 쓰인 데는 옛날 무사시노구니의 국부가 위치하였던 이 일대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을 가진다. 라인업이 다양하지는 않아, 그 종류도 보통주나 긴조슈 등으로 한정적인데, 이 외에도 신에게 바치는 술인 오미키(御神酒)나 예제(例祭)를 라벨링한 고쿠후사이, 쿠라야미사이(国府祭・くらやみ祭) 등 신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제품 등을 더하면 단촐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옛 주조 건물에는 리큐르 샵인 사카자 나카큐혼텐(酒座 中久本店)이 있고, 양조가 행해지던 창고 자리에는 카페인 쿠라카페(蔵カフェ)가 들어서 있는데, 클래식한 내관의 이 카페에는 여느 카페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메뉴가 있다. 바로 노자키 주조의 술을 만들고 남은 사케카스(酒粕), 즉 술지게미로 만든 라떼가 잘 알려져 있다. 우유에 사케카스의 고소함이 더해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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