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 지역의 자랑,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훗사의 양조장, 이시카와 주조 (石川酒造)

 

하이지마 역(拝島駅)은 도쿄 도 아키시마 시(昭島市)에 위치한 역으로, 크기야 둘째 치더라도 JR동일본의 오우메 선(青梅線)과 하치코(八高線) 선이 지나며 이츠카이치 선(五日市線)이 분기되는 역이자, 북쪽으로는 사철인 세이부 철도(西武鉄道)의 하이지마 선(拝島線)이 크게 커브를 튼 형태로 닿아 있는, 무려 4개의 노선이 접속하는 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 주변은 크게 번화해 있지는 않다. 북쪽이야 세이부 철도의 선로와 하천 때문에 상권이 들어서기에도 한계가 있다지만, 버스 정류장과 선로를 따라 늘어선 상점가를 끼고 있는 남쪽 출구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주변은 다소 한적한 분위기이다. 오히려 그러한 점이 환승역임에도 지방 도시의 여유를 간직하고 있는 듯 하였다.

 

 

역 남쪽 광장 앞의 길을 따라 타마강변 방향으로 돌아 직진하여 두 사거리를 지나면 좌측에 쿠마가와도오리(熊川通り)를 끼고 간판이 높이 서 있다 이시카와 주조 주식회사(石川酒造株式会社). 19세기 중반부터 주조업을 시작하였으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키루노 시 오가와에서 지금의 훗사 시 쿠마가와로 옮겨 온 이후로는 지금까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작은 하천이 보인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물길이 뻗어 있다. 이 일대의 생활용수로 사용되었던 쿠마가와 분스이(熊川分水)는 도쿄 도의 중요한 상수원인 타마가와 조스이(玉川上水)에서 끌어온 물로, 이 일대 지역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활용되어왔으며, 이시카와 주조에 있어서도 중요한 물이다. 술의 제조에 있어서 물은 절대로 간과할 수가 없는 요소인데, 수자원을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전통적인 양조장은 강변에 위치하여 있다. 이시카와 주조 또한 마찬가지로, 멀지 않은 곳에 타마 강이 지나고 있는데, 이곳에서 타마가와 조스이가 갈라 나왔고, 그 중 일부가 이와 같은 형태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술의 원료로 활용하기보다는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수차를 돌리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시카와 주조 부지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타마지만(多摩自慢)이라는 자사의 명주(銘酒)가 쓰여진 간판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옆에 위치한 공장 건물 외벽에도 마찬가지로 쓰여져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타마지만은 타마의 자랑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부지 외부에 별도로 생산시설까지 둔 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주조 부지 내에는 한 눈에 보아도 오래 됨직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으며, 일부 건물은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입구 정면에 보이는 혼구라(本蔵)는 이시카와 주조가 이 곳 쿠마가와에 자리를 잡은 해에 세워진 건물로 이 곳에서는 타마지만의 양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름에 맞게 내부 시설 중에서도 핵심적인 시설이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으나 대신 측면에 위치한 직매점인 사케세라(酒世羅)를 이용할 수는 있다.

 

 

부지 안 쪽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느티나무 옆에 이시카와 주조의 맥주 양조의 역사를 엿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 있다. 19세기 후반, 이시카와 주조는 맥주 양조를 시도하게 되나, 병입 기술의 문제로 생산을 단념하게 된다. 이후 생산설비는 매각하였으나, 당시 사용하던 솥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후 백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지난 뒤에야 이시카와 주조는 다시 맥주 생산을 재개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타마 지역의 은혜라는 의미를 가진 크래프트 맥주 타마노메구미(多摩の恵)가 탄생하게 된다.

 

 

주조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외부에 나타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입구 옆에 위치한 조우구라(雑蔵)의 2층에 위치한 조우구라 사료관(雑蔵資料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시카와 주조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일본주 및 맥주 주조와 관련된 다양한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시카와 주조는 방문객들에게 지역 양조장이 가진 가치를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문객들은 주류의 구입이나 역사 공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 곳을 방문할 수 있다. 아마 이러한 모습이, 자사의 명주가 가진 의미처럼, 타마 지역의 자랑으로 당 주조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