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훗사의 주조, 타무라주조장 (田村酒造場)

2021. 3. 18. 07:00일본주 주조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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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사 역(福生駅)은 역명에 맞게 훗사 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나, 인접한 하이지마 역처럼 지자체 간 경계에 위치해 있지는 않고, 환승거점도 아니어서 큰 편도 아니다. 예전에는 멀리 타마 강변까지 이어지는 철도선(福生河原支線)이 있었지만, 애초에 석재 운송용으로 부설된 화물철도라서 여객철도와는 거리가 있었고, 그마저도 반 세기 전에 폐선되어, 지금은 평범한 여객역으로 남아 있다.

 

 

역의 남쪽 광장에서 곧게 뻗어 있는 도쿄도도 166호 및 165호를 따라 타마 강 방면으로 직진하면, 도중에 간판이 보이고, 조금 더 직진한 후 조금 더 걸음을 더하여야 한다. 타무라주조 또한 여느 양조장과 마찬가지로 강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는 길이 번듯하지는 않지만 길을 헤메일 필요도 없다. 간판을 눈 앞에 두고도 250미터를 더 걸어야 하지만, 날이 덥다고 해서 걸음을 돌릴 수도 없다. 사실 가깝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주로 강변에 위치해 있는 양조장의 입지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가는 길이 먼 양조장 또한 많기 때문이다.

 

 

도로변의 간판에서 적혀 있었듯, 타마 강(多摩川)를 가로지르는 나가타바시(永田橋)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우측 방향에 타무라주조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데,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검은 목조 담벽이 둘러진 양조장 부지가 모습을 보이고, 맞은편에는 자사의 명주인 카센(嘉泉)이 새겨진 큰 간판과 주차장이 있다. 분세이(文政)5년, 서력으로는 1822년부터 이어진 오래된 역사를 가진 훗사 시의 지역 주조사인 타무라주조장(田村酒造場)에 도착한 것이다.

 


타무라주조장은 옛날부터 이 일대의 촌주 역할을 해 오던 타무라(田村) 가에서 주조업을 시작한 데서 유래하며, 주조장 안으로 들어서면 좌편에 보이는 슈조구라(酒造蔵)는 창업 당시부터 역사를 함께 해 온 유서깊은 건물이다. 주조의 역사를 증명하듯이, 슈조구라를 비롯, 부지 내의 일부 건축물들은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혼구라(本蔵), 나카구라(中蔵), 신구라(新蔵)의 세 동이 붙어 있는 슈조구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으며, 높이 솟은 철제 굴뚝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역시 19세기 초중반에 지어져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마에구라(前蔵)와 조우구라(雑蔵)와 같은 창고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의자가 놓여진 휴식공간 뒷편의 조우구라와 붙어 있는 마에구라는 본래 쌀을 보관하던 곳으로 지금은 자사의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전예약을 하면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은데, 홈페이지에서는 공장 견학은 10인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카센 이외의 다양한 상품들을 둘러볼 수 있으니 충분한 공부가 되긴 한데, 황실에서도 방문한 적이 있을 만큼 인정받은 술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으니 프라이드가 상당하다. 다양한 술이 전시되어 있지만, 여기는 술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럼 술은 어디서 사야 하는가, 건너편의 사무실에서 문의를 할 수 있다.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을 하면 직원이 술을 내어 준다. 사무실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는 점이 특이하기는 한데, 드물지는 않은 경우다. 다만 주조로 업종을 한정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현역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 슈조구라와 정면의 입구에 걸린 커다란 스기타마(杉玉), 그리고 한 켠에 놓인 술통 셋. 양조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는 하나, 말을 뒤집으면 양조장을 찾지 않으면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술을 사기 위해 구태여 발품을 팔아야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따로 기회를 내어 양조장을 방문하는 경험은 단순한 구매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알고, 술이 만들어지는 곳은 어떠한 모습인가를 아는 것은, 일본주의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훗사에는 양조장만 있지는 않지만, 이 도쿄 서쪽의 작은 도시에 전통주 주조사가 두 군데나 자리하고 있으니, 술 구매를 목적으로 양조장을 방문하여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 훗사에 가 본적 있느냐 물었을 때 술사러 갔다고 하면 이 도시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첫인상이 지나치게 강력하게 박혀버릴 수도 있으니, 그저 이 도시를 설명할 다른 적절한 표현을 위해 이 도시를 다시 찾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찾게 되면 또 술을 사게 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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