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 07:00ㆍ일본주 주조사 소개
개찰을 통과하면 바로 앞에 승강장이 위치한 역. 가나가와 현(神奈川県) 치가사키 시(茅ヶ崎市)에 소재한 JR동일본의 카가와 역(香川駅)이다. 시코쿠의 카가와 현(香川県)과는 상관이 없고 일대의 지명에서 유래한 역명인데, 치가사키 시가지보다는 인근 사무카와 정(寒川町)에 더 인접해 있다. 역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인데,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쿠마자와 주조(熊澤酒造)가 있다.
카가와 역을 나와서는 카가와에키마에도오리(香川駅前通り)를 따라 건널목을 건너 북쪽으로 올라가면 안내판이 나오는데, 이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정면의 공장 같은 건물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인데, 공장으로 갈 것은 아니니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편에 방문객을 위한 입구를 이용해서 부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쿠마자와 주조의 정식 명칭은 쿠마가와 주조 주식회사(熊澤酒造株式会社)이다. 양조장 자체는 메이지5년(明治5年), 그러니까 서력으로는 대략 1872년 경에 설립되어, 백년을 훨씬 넘기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넓은 부지에는 주조 시설 외에도 각종 부속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우선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구를 따라 들어서면 정면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MOKICHI TRATTORIA로 들어간다. 수백 년 전의 건물을 이축하여 세워진 레스토랑은 안으로 들어서면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애써 서양식을 흉내내지 않은 고풍스러운 내관을 하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답게 메뉴로는 파스타와 피자가 있으나, 그 외에도 자사에서 제조한 주류를 곁들일 수도 있다. 명주 텐세이(天青)로 알려진 쿠마자와 주조는 일본주 외에도 90년대 중반부터 크래프트 맥주의 제조를 시작하였다. 쇼난 비어(湘南ビール), 일본어 발음을 살리자면 쇼난 비루라고 하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으며, 다양한 라인업에 라벨 등에도 쇼난의 이미지를 부여하여 이 일대를 대표하는 맥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류의 구매는 식당 내 메뉴뿐만 아니라 입구에서도 별도로 판매를 하고 있어, 좌편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상품을 골라, 맞은 편의 카운터에서 결재를 하면 된다. 참고로 맥주는 세트로 구매 시 3의 배수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알 만한 맥주 이외에도 시기에 따라 한정품도 팔고 있으니,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맥주 또한 맛볼 수 있는 점도 큰 특징이다.
주류의 구매는 레스토랑의 측면에 위치한 베이커리인 mokichi baker&sweets+wurst에서도 가능하다. 역시 수 백년 전의 민가 건물을 이축한 것으로, 출구와 입구가 나뉘어져 있다. 주조 부지 입구에 가까운 쪽이 입구이며, 베이커리 외에도 카페인 mokichi cafe가 병설되어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공간이 카페이고 베이커리는 정면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다양한 빵과 가공품 등이 진열되어 있는 베이커리 한 쪽에 일본주와 맥주가 진열되어 있다.
쿠마자와 주조에서 운명하는 이들 부속시설은 단순한 직매장의 성격을 넘어 보다 복합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단순히 주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레스토랑이나 베이커리 등을 통한 다른 상품과의 연계하여 수익사업의 다면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인근에서 생산된 농작물의 판매와 활용 등으로 지역상생 등을 도모하는 쿠마자와 주조는 지역 주조사가 나아갈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식당 이외에도 한 켠에는 작은 공방도 위치해 있다. okeba gallery & shop로, 술 제조에 사용되는 여러 도구들을 제조 및 수리하는 공방이었던 건물인데, 아직까지도 공방으로 남아 있지만 파는 물건은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유리나 도기 등의 공예품이 판매되고 있다.
오이데가와 인근의 논밭이 어우러진 한적한 주택가 가운데 위치한 쿠마가와 주조는 전통주 양조장에서 수제 맥주의 생산 및 판매, 다양한 상품과 연계한 상업 시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카가와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니, 이 곳을 지나간다면 식사도 하고 술을 사고, 교외에서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들러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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