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강변에 위치한 한노 시의 주조사, 이가라시 주조(五十嵐酒造)

2021. 4. 13. 19:00일본주 주조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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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천천히 기울어 가는 오후, 이가라시 주조를 찾았다. 간간히 차가 오가는 현도변에 직매장이 위치해 있고 맞은 편에는 주차장이 있다. 매장 안에는 주조가 자랑하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있는데, 술 뿐만 아니라 술잔에 고농도 알코올, 그리고 절임류와 술지게미까지 볼 수 있었다.

 

비록 많지는 않았으나, 수시로 손님들이 매장을 드나들었고, 대부분은 지역민 같아 보였다. 여타의 부수 시설로 손님들을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지역 양조장에 발걸음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그 지역의 술을 찾아 온 이일 것이다.

 

한노 시 남부, 히가시한노 역은 물론, 한노 역에서도 이십여 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이 곳을, 자가용 없이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조가 그렇듯, 이가라시 주조 또한 강변에 터를 잡고 있는데, 남쪽으로 이루마가와(入間川)와 접해 있으며, 도쿄 도 오우메 시에서 흐르는 나리키가와(成木川)가 이 일대에서 합류한다.

 

이가라시 주조의 역사는 1897년부터 시작한다. 한 차례 이전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 위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결국 현 소재지인 카와데라(川寺)를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초대 창업자는 본래 니가타 현 출신으로, 한노와 인접한 도쿄 도의 오우메 시에 위치한 오자와 주조에서도 근무하였다고 하니, 도쿄 도의 양조장과도 연이 닿아 있다.

 

이가라시 주조의 명주는 텐란잔(天覧山)으로, 한노 시에 위치한 산의 이름이다. 긴조슈를 비롯한 준마이슈에 혼죠조와 우메슈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으며, 기호에 맞게 적절한 술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이가라시 주조의 큰 장점일 것이다.

 

 

일대는 주택가이며, 공장은 직매점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직매점은 도로에 위치해 있고, 주차장도 있어, 그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고 방문할 수 있지만, 공장은 이보다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비록 지금은 중단되었으나, 본래는 공장견학도 가능한데, 시음의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 견학이 재개된다면, 이가라시 주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공장 맞은편에는 히가시구라(東蔵)가 있다. 큼지막하게 히가시구라라고 쓰여진 간판 아래 작게 '창립 100주년 기념'이라고 적혀 있다. 대부분의 일본주 제조사들의 역사가 100년 이상을 거슬러올라가야만 하기에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10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긴 세월 동안,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자신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 온 것 만으로, 지금까지의 이가라시 주조가 걸어온 길은 박수를 받을 만 할 것이다. 여전히 맛보지 못한 술은 많고, 그만큼 미처 알지 못한 매력도 많을 터이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노에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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