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 07:00ㆍ일본철도
도카이도 선(東海道線) 네부카와 역(根府川駅)에 내렸다. 강차객도 많지 않지만 승차객도 많지 않다. 오후의 역은 조용하다. 길게 뻗어 있는 승강장과, 일본의 주요 간선철도상에 위치한 역이기에, 수시로 열차들이 통과하거나, 혹은 정차하지만, 인적은 그보다 드물다. 그 만큼 철도여행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역이기도 하다, 네부카와역은.
네부카와 역의 역사는 1922년부터 시작된다. 일대는 근처에 온천도 끼고 있고, 행정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어서, 단순한 시골역은 아닌데, 그래도 인접한 마나즈루 역이나 하야카와 역보다는, 아니 도쿄에서 아타미까지의 구간에서도 승차인원이 적다 보니, 무인역이다.
바다에 인접한 4번 승강장에서는 태평양의 드넓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네부카와역은 해안가의 사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관동대지진 때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어, 열차와 승객, 그리고 승강장까지 바다로 쓸려내려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흐린 하늘 아래 바다는 잠잠하다.
한편으로는 이 역, 야생 원숭이가 출몰한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야생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열차가 오가는 주간에는,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경고문에 적힌 대로 따르는 것이 제일 좋다.
사실 네부카와 역에 들른 이유는 일종의 예열과도 같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겠지만, 러브라이브의 성지이기도 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4번 선 건너편에 자리한 2,3번 승강장. 도카이도 선 상행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며, 즉 도쿄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해변가에서의 해산 선언과,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에서 흘린 눈물. 아마 2기 전 화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법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막바지에 이르렀던 시점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부분도, 그렇지 않았던 부분도 있어서, 보는 내내 다양한 감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이 종영하고, 극장판을 거쳐, 나마뮤즈의 해산을 보면서 그 장면을 떠올린 사람들도 있었을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잡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이 역, 명장면의 배경이 된 이 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수많은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면, 그 정도로 충분할 것 같다.
빈 의자만 쳐다본 들 감흥이 더 일지는 않을 것 같으니, 이 역과도 작별을 고하기로 한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다시 열차를 기다린다. 여행의 한 페이지를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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