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돼지김치볶음은 한국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2021. 4. 20. 19:00일본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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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김치볶음.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 일본에 건너가면 어떤 느낌일까. 한류가 유행인 시대이지만 일본 사회에 가장 깊이 자리잡은 한국의 문화는 음악보다도 음식일 텐데, 이 중에는 오히려 굳이 한류의 영향을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음식들도 있을 것이다.

 

돼지김치볶음은 어떨까. 일본의 편의점 한 켠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아도, 예전부터 김치 관련 제품은 다수 판매가 되고 있었으니, 이 또한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알려졌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특정 작품을 노리고 나온 것도 아니니,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역만리에서 한식을 발견했다는 반가움보다는 여느 음식과 다르지 않게 허기를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앞서게 된다. 그래서 돼지김치볶음, 하지만 일본식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 부타기무치이타메를 구입하였다. 

 


여기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돼지김치볶음이 있다. 정확히는 '우마카라 부타기무치이타메(旨辛豚キムチ炒め)', 뜻을 풀어보면 '맛있게 매운 돼지김치볶음'정도가 되겠다. 외관에서 감이 왔겠지만, 나름의 어레인지가 들어갔음을 짐작케 한다. 굳이 일본명을 밝혀 부르는 이유는 이 때문인데, 어차피 한식당이 아닌 이상 한국인만이 소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인의 취향에 더 치우친 맛이라고 하여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본토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무작정 불만을 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왕이면 한국에서도 술안주로 많이 먹는 음식인데, 술이 빠지면 허전해서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맛을 보기로 하였다. 술은 텐란잔 하츠시보리(天覧山 初しぼり)를 준비했다. 혼죠조(本醸造) 겐슈(原酒). 오히려 준마이슈(純米酒)가 아니기에 한국식 안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상당히 괜찮은 맛인데, 예상대로 한국의 그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명칭에 볶음이 들어가기는 했는데, 재료보다는 조리법에 더 신경을 쓴 듯 한 제품. 한국식 김치가 내는 신 맛보다도 중화요리에서나 나올 법한 기름지고 담백한 맛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다행이라 할 만한 점은 김치가 제법 잘 어울린다. 일본의 기무치, 그러니까, 한국식 김치가 아닌 절임류와 같이 진열되어 있는 일본식 김치의 이질적인 맛은 별로 들지 않는다.

술이 있었으니 더 잘 넘어가지는 않았을까 싶겠으나, 술을 치우고 먹어도 감상은 비슷하다. 충분히 먹을 만 하다. 다만, 한국의 돼지김치가 내는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돼지김치를 떠올리니 문득 두부와도 같이 먹고 싶어졌는데, 왜 그 생각을 집에 돌아와서야 했을까. 편의점 즉석식품이 워낙 빠르게 바뀌니까, 언제까지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괜찮은 상품이 나온다면, 미리 두부를 준비하리라고 다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날은 두부가 없어도, 술도 맛있었고, 안주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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