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4. 19:00ㆍ시즈오카 누마즈
굴곡진 근현대사를 겪은 누마즈 시가지에서, 전쟁 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은 흔하지는 않은데, 시 중심부에서 떨어진 카노가와 이남의 가뉴도의 소나무 숲에 자리한 누마즈시문화재수장고(沼津市文化財収蔵庫)는 당시의 역사를 되뇌임에 있어서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러브라이브 선샤인 극장판에서 스토리 상 자주 등장하였기에, 가뉴도 일대의 러브라이브 선샤인 성지 중 한 곳으로 남아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작중에서의 모습보다도 더 비참하다. 건물은 물론 부지 내로도 들어갈 수 없고, 정면에는 나무 한 그루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곳곳에는 무질서하게 자란 잡초와 낙엽이 섞이어 있다. 작중에서는 그나마 학교 건물로 사용이라도 되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발걸음조차도 닿을 수 없다.
누마즈시문화재수장고라는 명칭은 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곳의 마지막 이름이며, 원래는 수장고가 아닌 교사(校舎)였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5년의 여름, 이 곳은 지금의 미나토구 북부에 해당하는 구 아카사카구(旧赤坂区)의 초등학생들을 분산 수용하기 위한 도쿄도립누마즈 전시소개학원(東京都立沼津戦時疎開学園)이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마찬가지로 아카사카구(旧赤坂区)의 일부 소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름학교 및 허약아동을 위한 양호학교로 사용되던 임해학원(臨海学園)이었다.
종전 이후에도 건물은 도쿄대공습으로 집을 잃은 아동들을 수용하는 학교로 운영되다가 1947년이 되어서야 미나토구립 누마즈 양호학원(港区立沼津養護学園)이라는 이름으로 건립 당시의 목적인 여름임해학교로 다시 운영되었으나, 70년대 후반, 학교는 폐교되고, 누마즈시에 매각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러브라이브 선샤인 극장판이 개봉한 2019년에 수장고로서의 역할을 마치며, 지금에 이른다.
부지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아직 건물의 사용처도 정해지지 않아, 그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 옛 학교의 건물은,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혹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하게 될지도 알지 못한다. 애니메이션 속의 모습처럼, 다시 학생들의 활기로 들뜨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오래토록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다면, 그 정도로도 충분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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