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1. 00:00ㆍ일본일상
온천여행을 가게 되면 한두번쯤은 특산물이나 기념품 매장에 들를 기회가 있다.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특이하면서 개성 넘치는 상품을 접할 수도 있기에, 온천욕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매장은 온천가에 접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입지에 따라서는 온천지와는 다소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시즈오카현(静岡県) 이즈시(伊豆市) 중부에 있는 슈젠지온천(修善寺温泉)의 경우도 일반적으로는 도로교통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가장 가까운 철도역인 슈젠지역을 거쳐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슈젠지역은 사실상 슈젠지온천의 관문 역할을 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이니, 비록 온천지에서 쇼핑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충분히 관광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매장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젠지역 내에 위치한 이즈라 슈젠지(イズーラ修善寺)는 슈젠지온천 관련 기념품 및 이즈시와 주변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명칭의 이즈라는 이 일대를 일컫는 지명인 이즈(伊豆)와 시즈오카의 방언인 ~라(~ら)를 합성한 명칭으로, 마찬가지로 좋다는 뜻을 가진 방언인 이이즈라(良いずら)의 의미도 담고 있어, 이즈 지역의 좋은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보면 되겠다.
이즈라 슈젠지는 슨즈선의 역 가운데서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슈젠지역 내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념품 매장 인 이즈라 슈젠지 또한 내부가 작지 않은데, 기념품 판매 외에도, 한켠에는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들어서 있어, 메인인 소바만 하더라도 지역 명물을 사용한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식당은 좌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웨이팅을 해야 할 만큼 손님들이 많지도 않고, 하나같이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을 만한 메뉴들도 없다시피 하다. 매장 방문객들도 한번쯤은 눈길이 갈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온천여행객들은 곧장 슈젠지온천으로 이동하기 위해 역 바깥으로 나가거나, 운행편수가 많지도 않은 슨즈선(駿豆線)의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쇼핑만 하고 곧장 승강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에 수요 자체는 한정되어 있을 것이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반대편의 카운터로 가서 티켓을 뽑아야 한다. 카운터에서도 메뉴판이 있기 때문에, 매장 바깥에서 미리 메뉴과 가격을 알아보고 갈 필요는 없다.
메뉴를 주문하고, 영수증과는 별도로 출력된 티켓을 식당에 자리를 잡은 뒤 직원에게 제시를 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식당이라기보다는 간이 매점에 더 가까운 느낌이며, 물 또한 한 켠에 마련된 정수기에서 종이컵을 뽑아서 직접 받아야 한다.
잠시 뒤, 면 위에 파와 김, 표고버섯, 그리고 와사비가 한 그릇에 담긴 표고버섯 소바가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추천하는 메뉴였기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면도 제법 굵은 편이어서 씹는 맛이 있었는데, 기본적으로는 표고버섯은 간장이 베어 있는데, 고기와 같은 표고버섯 특유의 질긴 식감은 없었다. 오히려, 머무를 시간이 길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 점이 오히려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표고버섯 소바를 추천 메뉴로 걸어둔 이유는 이즈시가 표고버섯의 전국적인 산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즈시의 표고버섯 재배는 18세기부터 시작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 중 특별히 질이 좋은 경우는 키요스케 돈코(清助どんこ)라고도 부른다. 서쪽의 타나바산(棚場山)이나 발상지인 남쪽의 아마기산(天城山)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온난하면서 강우량이 많은 이즈시의 기후가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식사 후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표고버섯 외에도 다양한 특산품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매실 또한 들 수 있는데, 이즈시 남부에 매실 농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시럽이나 캔디 등 다양한 매실 가공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명한 장어 파이가 진열되어 있는데, 장어는 이즈 지역이 아닌 하마나코의 명물이기는 하나, 같은 시즈오카 현이어서인지, 최근에는 현 동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이는 것 같다.
한편 매장 구석에는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주류들도 볼 수 있다. 니혼슈에서부터, 일대에서 재배되는 레몬이나 감귤이 첨가된 리큐르, 그리고 와인까지 다양한 술들이 판매되고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살 수도 있다. 그 옆에는 역시 비단 이즈시의 술만 이 아닌 인근 이즈노쿠니시(伊豆の国市)나 누마즈시(沼津市)의 지역 특산품을 사용한 술 또한 볼 수 있다.
한때 주류 코너 옆에는 챠바코(ちゃばこ) 자판기가 있었다. 뒷편에서부터 선전하고 있는 표고버섯 소바가 또한 새롭다. 챠바코는 차와 담배를 뜻하는 타바코와의 합성어로, 마치 담배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종이곽 안에는 담배 대신 스틱으로 된 가루녹차가 들어 있다. 의도적으로 담배를 연상케 했기 때문에 캐치프레이즈 또한 그렇게 보여서 정말 담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단에 부착된 안내문에 쓰여있듯, 절대로 담배가 아닌 차다. 팩 안에서 바로 꺼내서 필 수 있는 담배처럼, 보다 간편하게 녹차를 마실 수 있게 고안된 챠바코는, 대한민국이였다면 난리 부르스를 추면서 없애라고 떠들었을 것이고 언론에서도 좋지 않게 보도되었을 것 같지만, 보다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볼 수 있는 상품이다.
한편 챠바코는 슨즈선 내에서는 이즈나가오카역 내에서도 설치되어 있으나, 정작 슈젠지 이이즈라에 있던 챠바코는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현재는 슨즈선 내에 설치되어 있는 곳은 상술한 이즈나가오카역과 미시마역에 있고, 마찬가지로 세이부 그룹이 운영 중인 누마즈시의 이즈 미토 시 파라다이스(伊豆・三津シーパラダイス)에서도 볼 수 있다.
챠바코가 아니라도 차로 유명한 시즈오카현 답게 이즈반도에서도 다양한 차를 볼 수 있는데, 그 중 구리차(ぐり茶)는 차로 유명한 시즈오카현 내에서도 이즈 지역을 대표하는 차로 볼 수 있다. 쓴 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구리차는 찻잎을 찌는 대신 솥에 볶는 방식을 일컫기도 하나, 이즈지역에서는 오랜시간동안 찻잎을 찌는 공정을 통해 찻잎의 속부분까지 익힌 차를 일컫는데, 마찬가지로 찻잎을 찌는 공정을 거치는 센차(煎茶)와는 달리, 찻잎의 모양을 바로 잡는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찻잎이 뒤틀린 듯한 모양을 갖게 된 데서 구리챠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래 수출용으로 계획된 차이기 때문에, 1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해외로의 수출량이 줄어들면서 생산지인 이즈를 포함한 국내에도 유통되기 시작한 흥미로운 경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명물 외에도, 이즈라 슈젠지에서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 또한 볼 수 있는데, 슨즈선의 운영주체인 이즈하코네철도(伊豆箱根鉄道)가 서브컬쳐와도 여러 모로 연관이 있어서이다. 그 영향으로 철도무스메(鉄道むすめ) 및 러브라이브 선샤인(ラブライブ!サンシャイン!!) 관련 굿즈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슈젠지온천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슈젠지온천의 온센무스메(温泉むすめ)인 슈젠지 토코(修善寺透子)의 굿즈도 볼 수 있다. 슈젠지온천 자체는 슈젠지역에서 떨어져 있기는 하나, 정작 슈젠지온천 내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 않기에, 상술한 대로 슈젠지온천 관광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슈젠지역에서 은 온센무스메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기에, 온센무스메에 관심이 있거나 굿즈를 구입하고자 할 때는 이즈라 슈젠지는 필수적으로 들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특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즈라 슈젠지는 슈젠지온천을 포함한 이즈 일대의 명물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또한 엿볼 수 있기에, 온천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이즈라 슈젠지에 한번 쯤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의 의미 또한 한층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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