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 키누가와 호텔 미카즈키(日光きぬ川ホテル三日月)의 와쇼쿠카이세키젠(和食会席膳), 고급 식자재가 즐비한 호화 카이세키.

2023. 5. 1. 00:00일본일상

반응형


닛코 키누가와 호텔 미카즈키(日光きぬ川ホテル三日月)는 대형 호텔 체인인 호텔 미카즈키 그룹(ホテル三日月グループ)에서 운영하는 온천 호텔이다. 규모에 걸맞게 식사도 다양한 옵션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키누가와온천 일대의 호텔이 대체로 바이킹, 즉 뷔페식이 많은 가운데, 조식은 둘째치더라도 석식만큼은 카이세키를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와쇼쿠카이세키젠(和食会席膳)를 선택했는데, 호텔 내에는 개인실이 완비된 식사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달의 물방울이라는 뜻의 츠키노시즈쿠(月のしずく). 이 곳이 이 날 만찬이 준비된 곳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개인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즈쿠리(お造り)와 같은 해산물을 제외한 다른 요리들이 미리 세팅이 되어 있다. 다만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사키즈케(先付) 정도였는데, 착석 후 식사를 시작하기 전, 생맥주를 주문하고, 식전주로 나온 우메슈(메실주)로 입맛을 돋우었다.


우측에는 스테이크와 도빈무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도빈무시는 말 그대로 전통 식기인 도빈(土瓶)에담겨져 나온 찜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안의 내용물을 가열을 해서 익히는 방식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하는데, 수증기로 익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단에 고체 연료는 준비되어 있으나, 직원이 불을 붙이기까지는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한편 좌측에는 나베, 그리고 그 옆에는 가마솥밥이 세팅되어 있다. 재료들이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고, 직원이 불을 붙이기 전까지는 순서를 기다려야 하니, 굳이 안을 들여다 볼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그 밑에 놓인 사키즈케의 뚜껑을 열었다.


사키즈케는 단촐해 보여도 다양한 식재료가 담겨져 있다. 어린 무와 고구마, 그리고 은행과 마 씨 등이 담겨져 있었다. 사키즈케가 식사 전 미리 준비되어 세팅이 되어 있는 이상, 따뜻하다 할 정도의 온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은행을 포함, 전반적으로 고유의 맛이 잘 남아 있었다.


사키즈케 한켠에는 안키모(あん肝), 즉 아귀의 간이 준비되어 있다. 술과 어울릴 법한 담백한 맛이 일품인 고급 식재료인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테고, 조금만 입에 머금어도 입 안을 가득 체우는  그 풍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코즈케(向付)는 부리(방어), 마구로(참치), 그리고 에비(새우)가 나왔다. 동절기의 료칸에 걸맞는 심플한 구성이었다. 특이하게도 해조류와 유바가 같이 나왔는데, 둘다 강한 맛은 없어서 곁들여서 먹으면 더 좋은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유바는 좀처럼 오즈쿠리에는 등장하지 않는 메뉴이기는 한데, 바로 닛코의 특산품 중 하나가 유바이기 때문에, 지역 특산품을 잘 내세운 사례로 볼 수도 있다.


무코즈케를 내어 오면서 직원이 나베와 도빈무시, 스테이크 등에 불을 붙여 주었고, 맥주와 함께잠시 오즈쿠리(お造り)를 즐기고 있는 도중, 니모노(煮物)가 나왔다. 킨메다이(금눈돔)이었다. 니모노답게, 금눈돔은 상당히 부드러웠지만, 아무리 연하게 간을 하였다고 하여도, 별도로 설명이 없었다면 금눈돔이었는지조차도 알아채지 못하였을 것이다. 역시 회나 조림으로 먹어야만 맛있는 생선이었을까. 일본에서도 상당히 고급 어종에 속하는 금눈돔이기에, 다소 사치스럽다는 인상도 받았다.


오즈쿠리를 즐기고 있으니 스테이크가 알맞게 익었다. 밑에 종이를 깔아서 겉면이 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채소도 마찬가지지만, 육질이 너무 부드러워서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기름기가 제법 묻어난 맛이었다. 다행히 이를 해소할 소스가 있으니,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름기가 입안에 조금 남아있다면, 도빈무시로 입을 헹구면 된다. 도빈 안에는 송이를 비롯, 새우와 은행, 목이버섯 등이 들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하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갯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고급 식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섬세한 손질로 뼈가 께끗하게 제거되어 있어, 식감만으로 충분히 훌륭했다.


그 아래는 챠완(茶碗)이 준비되어 있는데, 도빈무시가 특별히 간이 맞추어져 있지 않기에, 기호에 따라 즙을 뿌릴 수 있게 카보스(カボス)도 준비되어 있었다.


도빈무시는 개인적으로 이번 카이세키에서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메뉴였다. 술 없이도 해장이 되는, 한 모금에 속이 풀리는 맛이라고 하면 와닿을 것이다. 고급 식재료가 들어간 탓에 담백하면서도 질리지 않았으며, 그 자체로도 은은하면서도 각 재료가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게 퍼지는 맛이 훌륭했지만, 카보스 즙을 약간 곁들이니 풍미가 더 살아났다.


하모는 도빈무시 뿐만 아니라 옆에서 끓고 있던 나베에도 있었다. 각종 채소가 우려난 맑은 국물으로 자극적인 맛을 다스리면서 식감이 살아있는 하모를 음미하니 담백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다른 음식들도 비슷하기는 하나, 나베만큼은 최대한 식기 전, 고체 연료가 온기를 지켜주는 한정된 시간동안,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하모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배추나 버섯을 비롯한 야채와 국물은 밥과도 곁들여 먹었지만, 하모만큼은 그 자체의 맛에 집중을 해 보기로 했다. 때문에, 이 날 식사에서 하모는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전문점이 아닌 이상, 하모를 취급하는 료칸이 많지는 않다. 그것도 대형 호텔 체인에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만큼, 하모를 취급할 능력이 되었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덧 식사가 중반에 접어들어, 대게 구이를 주문했다. 이번 카이세키에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사실 선도는 뛰어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구이였던 만큼 수분은 다소 빠진 탓에, 게 특유의 감칠맛은 다소 아쉬웠는데, 한편으로는 탄력성 있는 식감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대게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미소시루를 주문했다. 슬슬 식사도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었다. 솥 아래 고체연료는 거의 졸아들고 있었고, 밥도 거의 되었다고 생각하여 솥을 여니, 밤과 송이 등이 곁들어진 밥이 알맞게 익어 있었다. 솥 자체가 가열된 상태여서 옆에 준비된 밥그릇에 적당량을 덜어 먹으면 된다. 밥은 눌러붙지도 않고, 뭉치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미소시루와 함께, 츠케모노가 같이 나왔다. 미소시루는 다소 진한 편이었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반면 츠케모노는 오이와 무 외에도, 사과가 같이 나왔다. 후식도 아닌데 과일이 제공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서, 얼른 맛을 보았는데, 식초의 향은 거의 나지 않았고, 여느 츠케모노에서 느껴지는 짠 맛 대신 사과의 단 맛이 식사에 잘 맞았다.

 


후식은 따로 직원을 부를 필요 없이, 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추어서 가져다 주었다. 따뜻한 호지챠(ほうじ茶)와 함께. 술기운도 남아 있었던 차에, 호지챠 한 모금이 속을 안정시키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여정

 

 

늦가을의 어느 날, 잿빛 하늘 아래 우츠노미야(宇都宮),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 근처의 풍경들

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덮힌 우츠노미야(宇都宮市)의 하늘은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환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가지지는 못하였다. 여정의 끝이

zuhausekotan.tistory.com

 

 

닛코(日光) 키누가와온천(鬼怒川温泉)으로 떠나는 가을 온천여행!!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에서

토치기현(栃木県) 우츠노미야시(宇都宮市)의 오후,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았고, 간혹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번개가 많이 치기로 유명해 뇌도(雷都)로도 불리는 도시에서, 흐린

zuhausekotan.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