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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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어느 날, 잿빛 하늘 아래 우츠노미야(宇都宮), 우츠노미야역(宇都宮駅) 근처의 풍경들
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덮힌 우츠노미야(宇都宮市)의 하늘은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환영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가지지는 못하였다. 여정의 끝이 아닌 출발에 있어서는, 언젠가 보았던 공활한 하늘을 떠올리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 의도된 해후에서 잘못을 따지고자 한다면, 발걸음마저 무거워질 것임을 모를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으니까. 역사 바깥에서 허락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다시 역사로 돌아간다면, 이 도시에 잠시동안이나 머무르는 의미가 더욱 흐려질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기념품을 둘러보면서, 우츠노미야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금 새겨 보아도 괜찮았겠지만, 그보다는 무거운 하늘도 짓누르지 못한 지상의 공기를 잠시동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역을 등지고 서..
2023.04.29 -
겨울 유자와 여행 2편 - 타카한 료칸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돌아가는 길.
유자와코겐 스키장을 내려와, 니가타현도 462호 유자와온센선(新潟県道462号湯沢温泉線)을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옆에는 신칸센의 고가 선로가 따라 뻗어 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하늘은 해가 기울고 있는지도 알기 힘든 시간, 더 이상 무엇을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점점 인적은 드물어지고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다. 그리고 신칸센 선로와도 멀어져, 더욱 적막해진 길을 가다 보면 멀리 목적지가 보이게 된다. 신칸센 선로 쪽으로 방향을 틀기 전에 정면에 나 있는 언덕길을 오르면 바로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타카한 료칸에 도착하게 된다. 정식 명칭은 유키구니의 료칸 타카한(雪国の宿 高半)으로,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면서 설국을 집필한 곳으로도 잘 ..
2022.01.27 -
겨울 유자와 여행 1편 - 눈의 고장, 유자와마치의 정경
겨울. 얼어붙은 공기에 몸을 움츠리고, 시린 손을 마주 잡아 조금이라도 온기를 지켜야 할 계절이 오면, 으레 비슷한 생각이 회로를 타고 이어진다. 눈에 덮힌 자연 속에서 따뜻한 온천에 몸을 녹이고픈 욕구. 이를 만족시키려면 번잡한 도쿄를 떠나야만 할 것이었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법한 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쿄 역에서 이른 아침부터 승강장에 나와 있는 이유는 도쿄 역을 출발하는 신칸센을 타기 위해서이다. 도쿄 도심 내에서 신칸센을 탈 법한 곳이 많지는 않은데, 도쿄 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으레 정해져 있다. 토호쿠 신칸센을 따라, 타카사키(高崎)에서 갈라지는 호쿠리쿠신칸센(北陸新幹線) 혹은 죠에츠신칸센(長野新幹線). 그리고 이 날의 목적지를 향해서는 후자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2022.01.26 -
유자와마치의 스키장에서 설경을 감상하다, 유자와코겐 스키장(湯沢高原スキー場)
유자와마치에는 지역별로 다수의 스키장이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을 위해서는 로프웨이를 이용해야 한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 조금 떨어진 유자와코겐 스키장(湯沢高原スキー場)또한 마찬가지로, 90년대부터 영업중인 로프웨이를 타고 스키장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1층에서 매표를 하고, 계단을 올라가 대합실에서 기다린다. 승강장도 같은 2층에 있다. 곤돌라는 보통 20분 간격으로 운행되어서, 서두르지 않는 한은 충분히 대기시간을 갖게 된다. 가만히 기다리기가 싫다면 기념품 매장에 잠시 들러도 괜찮다. 다만 매장은 2층이 아닌 1층, 계단 근처에 위치해 있다. 시간이 되어 승강장으로 나가, 곤돌라에 올라탔다. 내부는 제법 넓지만 타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실질적으로 여유 공간이 많지는 않았..
2022.01.15 -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렀던 료칸, 에치고유자와온천 유키구니의 료칸 타카한에서 보낸 시간 (雪国の宿 高半)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면서 소설 '설국'을 집필한 곳으로 이름난 니가타현 유자와마치의 타카한 료칸. 흑백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이전의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아마 문화재 지정도 검토되었을 텐데, 지금 남아있는 옛 자취는 료칸 뒷편에 남아 있는 현관터이다. 즉 지금은 현대적인 시설이 숙박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객실도 마찬가지이다. 크게 동관(東館)과 남관(南館)으로 나뉘어져 있는 객실은 여러 종류가 있다. 방 사이즈는 둘째치더라도, 평지보다 다소 높은 지대에 자리잡은 료칸이라, 객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중시한다면 고층부를 추천한다. 저층부라고 나쁜건 아니고, 객실에 따라 뷰가 다소 차이가 있으니 예약시는 객실 정보에 유의.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면, 침구가 마련되어 있다. 식사도 별도로 마련된 ..
2022.01.14 -
에치고유자와역(越後湯沢駅) - 신칸센이 지나가는 스키와 온천의 명소, 유자와마치의 중심역
일본의 역명을 보면 소재지 앞에 옛 율령국이 붙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로 타지역에 위치한 동명의 역과의 혼동을 막기 위한 목적이 강해서, 보통은 시대상 나중에 개업한 역이 해당된다. 1925년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역명을 이어오고 있는 에치고유자와역(越後湯沢駅)도 비슷한 사례일 것이다. 개업 당시 이미 20년도 전에 들어선 아키타현(秋田県) 오우 본선(奥羽本線)의 유자와역(湯沢駅)이 존재하였기 때문. 비록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이용객수는 이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당연하게도 유자와마치(湯沢町)가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동계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니까. 에치고유자와온천을 끼고 있어 여러 대형 호텔과 료칸 등이 역 일대에 모여 있고, 스키의 역사도 깊어 지금까지 이름난 스키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래..
2022.01.12 -
누마즈 산노우라 여행의 쉼터, 산노우라 종합안내소(三の浦総合案内所)
산노우라 종합안내소(三の浦総合案内所)는 산노우라 중에서도 우치우라, 더 정확하게는 나가하마(長浜)에 위치해 있다. 미토(三津) 바로 옆에 있어 여타 명소들과도 연계하여 방문하기에는 좋은 위치이다. 다만 미토에 비하면 큰 여관이 들어서 있지도 않고, 넓은 사빈도 없어서, 좋게 말하면 한적하고, 뒤집어 말하면 허전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가하마 성터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장애물 없이 넓게 펼쳐진 해안가의 풍경은 그 나름대로의 해방감이 있다. 여느 평범한 관광안내소가 아닌 외관으로 보나 내관으로 보나 사실상의 성지안내소에 가 되어버린 산노우라 종합안내소. 바깥에는 스탬프와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으며, 어쨌건 관광안내소이기에 각종 팜플렛도 볼 수 있다. 비단 산노우라 뿐만 아니라 이즈 반도와 후지산 인근 지역 관광정..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