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北海道) 최고의 도시가 삿포로시(札幌市)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대도시에서 제일가는 신사를 고르라고 하면 어디어야 할까. 홋카이도신궁은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메이지신궁이나 이세 신궁 등, 신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신사와 다르지 않게, 홋카이도 신사 또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며, 삿포로시의 동쪽, 마루야마(円山) 북쪽의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츄오구(中央区) 미야가오카(宮ケ丘)에 위치해 있으며, 마루야마공원(円山公園)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삿포로 시영 지하철(札幌市営地下鉄) 토자이선(東西線)의 마루야마코엔역(円山公園駅)에서 내려서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삿포로시에 신사를 세우려는 시도는 홋카이도 개척 초기부터 있어 왔으며, 당시 세력을 남쪽으로 넓히려던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홋카이도를 완전히 일본의 땅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기에, 당시 도내에서도 남쪽에 치우쳐져 있던 하코다테(函館市)를 벗어나, 홋카이도의 행정 중심지로 삿포로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도내 신사의 중심지 역할을 할 신사를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하여 1869년, 메이지 천황의 명으로, 도쿄에서 홋카이도진좌신제(北海道鎮座神祭)가 거행되었고, 개척사의 2대 장관인 히가시쿠제 미치토미(東久世通禧)는 다른 개척사의 일행과 함께, 신체를 도쿄에서 하코다테로 옮겼다. 이후 사가의 7현인(佐賀の七賢人)중 한명이자 홋카이도 개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시마 요시타케(島義勇)는 도쿄에서 하코다테로 옮겨진 신체를 삿포로까지 옮겼다. 이후 1970년 소세이가와(創成川) 인근, 지금의 JR홋카이도 하코다테 본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가설 신사가 세워졌고, 다음 해 현 위치인 마루야마 북쪽의 위치로 이전하여 삿포로신사(札幌神社)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고, 이후 1964년 홋카이도신사로 개칭되어 지금에 이른다.
이러한 연유로 홋카이도신궁은 홋카이도 개척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데, 그 일면을 볼 수 있는 신사가 경내의 말사인 카이타쿠 신사(開拓神社), 즉 개척 신사이다.
1938년 세워진 카이타쿠 신사는 여느 신사에서는 볼 수 없는 홋카이도 신궁만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홋카이도 개척에 큰 공을 세운 37인을 모신 신사로, 그 중에는 상술한 히가시쿠제 미치토미와 시마 요시타케도 포함되어 있다. 경내의 여러 말사(末社)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카이타쿠 신사는 마루야마공원 입구에서 본전으로 이동하는 길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신사이며, 반대방향에는 별도의 사무소(社務所)도 두고 있다.
카이타쿠신사를 지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홋카이도 신궁의 다른 말사인 코레이 신사(鉱霊神社)를 보게 된다.
홋카이도는 한 때 광업으로 번성하였는데, 코레이 신사는 이와 관련이 깊은 말사로, 홋카이도광업회의 순직자를 모신 신사이다. 1943년 홋카이도 광산감독국 5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되었으며, 이후 1949년, 당국의 부지 내에 있던 것을 현 위치인 홋카이도신궁 경내로 이전하였다.
코레이 신사의 바로 옆에는 호타키 신사(穂多木神社)가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말사와는 달리 호타키라는 명칭에는 별다른 뜻이 없는데, 이는 한자의 음만을 빌려와, 비슷한 음을 가진 다른 한자를 차용하였기 때문이다.
호타키 신사는 지금은 사라진 홋카이도 타쿠쇼쿠 은행(北海道拓殖銀行), 즉 홋카이도 척식은행의 공로자들을 모신 곳으로, 명칭의 유래는 홋카이도(ほっかいどう)의 호(ほ), 타쿠쇼쿠(たくしょく)의 타(た), 그리고 은행을 뜻하는 긴코(ぎんこう)의 기(ぎ)와 비슷한 음인 키(き)를 음이 비슷한 한자인 호(穂)와 타(多), 키(木)를 빌려 붙인 것이다. 본래는 1938년, 홋카이도 척식은행 본점에 건립되었으나, 1950년, 현 위치로 이전하였으며, 은행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은행에 몸담았던 이들은 이후로도 추가로 모셔지고 있다.
세 말사를 지나 좁은 길을 계속 나아가다 보면 한켠에 작은 오두막 같은 건물을 보게 된다. 진구차야(神宮茶屋)라는 곳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매장 내에서는 몇 개의 벤치만 마련되어 있고, 여럿이 모여 먹을 만한 테이블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진득히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구차야에서는 커피, 코코아 등의 음료와 더불어 과자류, 아이스크림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떡갈나무의 잎을 닮은 후쿠카시와(福かしわ)라고 하는 과자가 명물이며, 바로 구워서 주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진구차야를 지나, 잠시 걸어가면 멀리 신문(神門)이 보였다. 홋카이도신궁의 배전 앞에 가까워졌다는 증거였다. 지하철을 나와, 거대한 마루야마공원 토리이(丸山公園鳥居)를 지나서도 한참동안 두껍게 눈이 쌓인 길을 걸어, 이윽고 본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멀리 다른 방향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신문 앞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홋카이도신궁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