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7. 00:00ㆍ일본여행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시(札幌市)의 야경 명소로 알려진 모이와야마 전망대(藻岩山 山頂展望台)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이와야마 로프웨이(藻岩山ロープウェー)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면, 삿포로시전(札幌市電) 로프웨이이리구치 정류장(ロープウェイ入口停留場)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모이와야마로프웨이의 산로쿠역(山麓駅)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전망대가 위치한 산쵸역(山頂駅)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중간역인 츄후쿠역(中腹駅)을 지나야 한다. 매표소 외에는 이렇다 할 시설이 없는 산로쿠역에 비해, 츄후쿠역에는 비록 작지만 여러 볼거리가 있어서 관광의 일환으로 둘러볼 만하다.
츄후쿠역에서 산쵸역으로 가는 미니 케이블카의 승강장으로 향하는 길 한켠에는 일본인들이 정착하기 전부터 홋카이도에서 살았던 아이누인들의 의상을 비롯한 각종 생활 도구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비라토리쵸(平取町)의 니부타니 아이누 문화박물관(二風谷アイヌ文化博物館)이나 시라오이쵸(白老町)의 우포포이(ウポポイ), 신히다카쵸(新ひだか町)의 아이누 민속자료관(アイヌ民俗資料館) 같은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며, 삿포로시 아이누 문화 교류센터(札幌市アイヌ文化交流センター サッポロピリカコタン)과도 떨어져 있기에, 모이와야마는 일견 아이누인과는 상관관계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모이와야마 자체가 아이누어로는 항상 올라가서 망을 보는 곳이라는 뜻의 인카르시페(インカルシペ)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아이누인들에게는 신이 있는 성산으로 여겨져, 눈보라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천연두와 같은 질병이 유행할 때는 모이와야마에 올랐다고 한다. 지금이야 정상부는 물론 산기슭에도 이곳 저곳 개발의 손이 닿아 있지만, 홋카이도가 본래는 아이누인들의 땅이었던 만큼,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모이와야마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아이누문화 전시실 옆에는 한 때 모이와야마 로프웨이가 들어서기 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상단의 모니터에는 오래 전 부터 모이와야마를 찾은 인물들과 더불어, 삿포로 스키장(札幌スキー場)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는 지금도 운영중인 삿포로 모이와야마 스키장(札幌藻岩山スキー場)이 아닌, 로프웨이 북쪽 사면에 존재하였던 스키장이다. 태평양전쟁 직후인 1946년 개업한 삿포로 스키장은 본래 연합군 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서쪽 정상부로 뻗어 있던 제1코스와 북쪽의 낮은 사면으로 뻗어 있었던 제2코스로 나뉘어져 있었다. 모이와야마가 본래 원시림이 보존되어 있어서 한 때는 벌채가 금지된 적도 있을 정도여서, 삼림자원의 보호의 목소리가 이전부터 있어 왔기에, 1958년을 끝으로 삿포로 스키장은 폐쇄되어, 그 자리에는 항공사진으로는 좀처럼 옛 흔적을 확인하기 힘들 만큼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게 되어, 본래의 생태계를 회복하게 되었으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개업 당시 일본 최초로 리프트가 설치되었는데, 스키장이 폐쇄된 이후 관련 설비들은 철거되었으나, 모이와야마로 오르는 등산로 인근에, 리프트의 콘크리트 기단부가 남아 있어, 일본 최초의 스키 리프트 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니터 하단에는 츄후쿠역의 시설 안내도와 더불어 모이와야마 로프웨이를 기준으로 일대를 촬영한 지도를 볼 수 있는데, 모이와야마 로프웨이 관련 시설 외에도 상술한 삿포로 모이와야마 스키장(札幌藻岩山スキー場) 및 삿포로시 수도기념관(札幌市水道記念館), 모이와야마 관광자동차도(藻岩山観光自動車道) 등의 시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한 때 모리나가유업(森永乳業)의 목장이 자리하였던 들판이 있는 숲(はらっぱのある森), 및 2009년까지 치사기 장미농원(ちざきバラ園)이 자리하였던 로즈가든 그리스도교회(ローズガーデンクライスト教会) 등의 시설과 더불어 1977년 사라진 모이와야마 드림 랜드(藻岩ドリームランド)등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시설 등에 대해서도 알고 간다면, 모이와야마 일대의 개발의 역사를 지도와 함께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츄후쿠역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만큼 기념품 매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추후쿠역의 한 켠에 자리한 마운틴 모이와 수베니어 샵(Mt.MOIWA SOUVENIR SHOP)은 홋카이도에서 구입 가능한 시로이코이비토(白い恋人)나 쟈가포클(じゃがポックル)과 같은 유명한 기념품들과 더불어 다양한 기념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2023년 4월 27일부로 산쵸역 2층으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2020년 7월 2일 기존의 모이와야마 츄후쿠역 매점(もいわ中腹駅売店)에서 개명하면서 한 차례의 리뉴얼을 거쳤던 매장인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예 자리를 옮겨버린 것이다. 어짜피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산쵸역까지 올라갈 터이기 때문에, 기념품을 구입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겠지만, 츄후쿠역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기념품 매장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소 대부가 허전하게도 느껴질 것 같았다.
여러 기념품들을 둘러보던 도중, 시로이코이비토의 옆 매대에 위치한 가리비 버터 간장 맛(ほたてバターしょうゆ味) 프링글스에 시선이 멈추었다. 종종 도쿄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던 시로이코이비토나 쟈가포클과는 달리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말에 지체하지 않고 구입하였다. 프링글스답게 짭조름한 맛이기는 해도, 은은한 버터향과 함께 호타테의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었기에, 질리지 않았다.
모이와야마에는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주변 경관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고 즐길거리도 많기에, 일종의 문화공간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츄후쿠역에는 산쵸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들도 자리하고 있기에 그저 전망대를 오가기 전에 스쳐가는 정도로 보기보다는 다음 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츄후쿠역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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